독서 (서평+독후감)/심리학

(서평) 생각의 배신 (배종빈) - 서사원

야곰야곰+책벌레 2024. 3. 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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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은 여러 종류가 있는 듯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보면 하나의 시스템은 패턴을 만들어 즉각 반응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반응하는 것이다. 하나는 의식에 가깝고 하나는 무의식에 가깝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이기 때문에 패턴을 만들어 별다른 에너지 사용 없이 즉각 실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패턴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의 패턴이 잘못 만들어졌을 때 우울의 악순환이 생김을 얘기하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설명하는 이 책은 서사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명제는 생각을 인간임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지하게 만들었다. 다른 동물과 소통을 해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생각이라는 것이 인간만의 것이라는 믿음은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다. 그런 생각은 인간에게 소중하다.

  그런 생각이 나를 잡아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야말로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말의 뜻이 그렇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인간의 생각은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이 많아질수록 행동은 굼뜨게 된다. 생각과 행동의 부조화가 심해질수록 자신의 비하하는 생각도 많아진다. 결국 굴레 속에 빠져버린 생각은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버리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하면 꽤 오랜 시간 그 행동을 유지해야 한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좋은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어려운 일이다. 생각은 행동이라는 결과로 이어갈 때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다. 자기 파괴적인 생각의 패턴이 만들어져 버리면 이것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의지의 영역을 넘어설 때가 있다는 얘기다.

  인간이 가장 불안한 때는 '알 수 없음'을 맞이하게 될 때다. 예측하고 대응 가능할 때 인간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할 수 있다와 없다가 명확하게 될 때 생각은 간단하게 정리된다. 하지만 수많은 경우를 고려하고 그 굴레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 또 다른 굴레를 만들어 버린다. '일단 하라'라는 말의 중요함을 실감한다.

  유시민 작가가 '대화의 희열'에 나와했던 말 중에 인간은 때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기적 이타심'이랄까. 그 과정에서 한 문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한 일을 했던 것이지 이기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이기려고 한다면 이기지 못하게 되면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할 때도 그렇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인드의 중요함을 안다. '그럴 수 있지'는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치열하게 사는 세상이다. 한국 사회는 숫자에 집착한다. 그중에서 돈에 집착한다. 아무래도 기본 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삶의 의미보다 경쟁 자체를 더 즐기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경쟁 자체가 삶이 되어 버린 듯하다. 여유는 게으름으로 해석되기 일쑤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라 그런 듯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 만큼 자신에게도 친절하자. 내로남불이 되자는 얘기는 아니다. 적어도 같은 잣대를 대어 보자는 얘기다. 나를 조금 더 객관적인 시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뇌가 스스로 굴러가지 않도록 비판적 사고를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이 멈추지 않으면 몸을 움직여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의식적인 행동과 사고를 하다 보면 생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이 유행한다. 불교에서도 삶은 늘 번뇌의 연속이라고 했다. 행복은 되려 감사할 일 정도 일지도 모른다. 늘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불행하고 조금 평범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삶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삶인 것이고 그 의미는 본인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작고 가볍고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 여러 심리학 책을 읽었다면 반복적인 내용의 연속일 수도 있고 글이 눈에 잘 잡히지 않는 사람에겐 쉽게 좇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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