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심리학

(서평)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수재나 캐헐런) - 북하우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12. 14. 22:49
반응형

  정신의학에 대한 신랄한 비난일까. 아니면 미스터리를 좇는 추리 소설일까. 책은 실제 이야기이면서 마치 추리를 하는 듯하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고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는 시간에도 정신의학은 과학의 범주 안에 있으면서 과학적이지 못했다. 로켓을 쏘아 올리는 시간에도 그들은 마치 유사 과학과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과학적이라는 것 뒤에 숨겨진 비과학적인 행태를 고발하는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과학의 발전은 순차적이다. 물리가 가장 먼저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렇다. 실 생활에 가장 가깝기도 했고 특별한 도구가 없이도 발전할 수 있었다. 물리는 어떻게 보면 모든 과학의 바탕이 되어주는 과학이다. 물리가 만들어 준 각종 도구는 다른 과학을 발전시킨다. 망원경은 천문학을 현미경은 생물학을 여러 실험 기자재는 화학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리는 점점 더 발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고 있다. 우주로 나가기도 하고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일까지 할 수 있게 해 준다. 수명은 길어지고 여러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 많이 생겨났다.

  무언가의 기원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 빅뱅이라든지 최초의 인류, 최초의 다세포 생명체와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런 것을 제외하면 가장 핫한 분야가 바로 뇌과학 분야인 듯하다. 인간의 마음은 늘 '자아'라는 철학적 명제와 엮여 있고 인간은 모두 '자신을 알려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뇌 스캐닝을 통한 기억 복사로 이어지고 인간이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른다. 

  약육강식의 논리 때문일까. 건장한 신체만큼이나 강인한 정신력은 모두에게 박수받을만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약한 정신력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었다. 다수가 되지 못했던 마음은 '정신병'으로 뭉뚱그려졌다. 신에게 버림받은 자가 되기도 했고 악령에 씐 자가 되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모자란 자가 되었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보살펴야 할 것으로 보질 않았다. 범죄자로 대하는 듯했다.

  정신병이라고 뭉뚱그려진 질환은 이제 엄청 세분화되었다. 과학이 발달하고 정신의학이 비과학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에 대한 시선은 따갑고 잠재 범죄자가 되어 있다. 애초에 정신병이 왜 생기는지를 고민해 보는 일보다는 그들을 격리하려는 행동은 여전하다. 뇌가 아픈 것이 암에 걸린 것과 같은 관심과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있을 것 같지만 다른 병들과 같이 예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오진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할 뻔했다. 얼마나 많은 오진이 생길까를 고민하는 중에 '가짜환자, 데이비드 로젠한의 실험'에 대해 알게 된다. 정신병원의 실태를 조사하는 이 실험은 정신의학이 얼마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애초에 질병과 정상의 경계를 긋기도 쉽지 않다. 마음이라는 것은 엄청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단지, 방법은 있다. 더 따뜻하고 더 관심을 보여주는 병동의 필요성이다. 많은 정신병들은 사회적 고립과 차별에서 오는 반응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왜 마음의 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 많은 병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건지, 잘못된 기준으로 인해 환자가 아니었던 사람이 환자가 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앞에서 얘기했듯 사회가 인간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데이비드 로젠한 또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했다. 수많은 과학 논문들 중에는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과학이라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 지성의 신뢰를 깨트리는 일은 수많은 과학자들을 곤경어 처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때때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대의 거짓을 그저 허용하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 사회를 위한 일인지는 눈여겨볼 일이다.

   정신의학은 점점 일상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일 수도 있고 정신의학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의 잣대는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으로 연결되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어쩌다 찾아온 깊은 힘겨움 때문에 순간 환자가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정신의학에서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의 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