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심리학

(서평) 관계의 언어 (문요한) - 더퀘스트

야곰야곰+책벌레 2023. 12. 11. 12:30
반응형

  어떤 사람이 싫어요라는 질문에 '마음을 넘겨짚는 사람'이라고 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뭐든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어서 딱히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넌 그렇거야'라는 말은 지금도 납득하기 힘들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 데 어떻게 확신에 찬 말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이좋음은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를 생각해 보면 정답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자세에 대한 얘기를 담은 이 책은 더퀘스트 출판사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마음 읽기'라는 게 가능할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이치다. 마음 읽기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마음 읽기, 마음 헤아리기는 법칙이라기보다는 행위에 가깝다. 상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 그리고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마음 읽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충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배려하는 목적보다 상대를 배려했다는 자기만족이 더 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오래 알아온 사람들 사이에도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경우는 많다. 왜냐면 상대 또한 자신의 마음을 조금 접어두고 나에게 맞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배려와 배려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모습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해와 공감이라는 것은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에서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상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물어봐야 한다. 물론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이나 분위기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 (물론 같은 얘길 반복하는 일에는 누구나 짜증 날 만하다) 

  우리 뇌는 바로 반응하는 시스템과 고뇌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고 '대니얼 카너먼'은 얘기했다. 상대의 문제 또한 즉자적인 반응으로 해결하려 드는 것도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기 방어적 기재 또한 발동한다. 나의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은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호의가 싸움으로 번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가 원치 않은 호의를 우리는 '오지랖 넓다'라고 한다. 물론 여러 사람에게 관심 있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의 잣대로 재단해서 행동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신은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관계는 그렇게 좋아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런 관계 개선이 부담으로 다가와 이른바 '선긋기', '손절'이라는 말들이 곧잘 쓰인다. 상대를 신경 쓸 여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회를 각박하게 만들고 때론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상대의 말에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건 우리 사회에 유대가 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SNS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콘텐츠를 소통이라고 얘기하기엔 개인 중심으로 발산되고 있을 뿐이다. 서로가 깊게 소통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까울수록 잘 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병'이라는 책도 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되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며 다정함을 내보일 때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지만 서로의 장벽을 조금 내리고 나의 담 넘어도 보여주고 상대의 담 넘어도 구경할 수 있는 그런 다정함이야 말로 관계를 위한 좋은 언어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