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 명의 장수를 손에 꼽으면 언제나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셋은 두견새를 대하는 것으로 그들의 성격을 자주 표현하곤 한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두견새가 울도록 먹이를 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이들의 성격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이 표현은 어떤 리더가 옳은지를 얘기할 때도 자주 쓰이곤 한다.
얇지만 다소 전문적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페이퍼로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선천적인 것일 수도 후천적인 걸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오다 노부나가에게 인질로 잡혀와 성장했기 때문일까. 그는 여러 고비에서 인내하며 패전 후에도 낙담하지 않고 훗날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야스의 <동조궁어유혼>에는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나그네와 같다. 서두르지 마라"라고 적혀 있다. 그가 얼마나 인내하고 견디며 나아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한신이 부랑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었다는 이야기와 닮아 있다. 뛰어난 판단과 외교 능력으로 난세를 잘 버티며 결국 패권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내한다고만 될까? 그의 책에는 이런 말도 있다. "나에게 책임을 묻고 남을 책망하지 마라". 오다 노부나가 마저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 이에야스에게는 얼마나 많았을까. 난세의 어려움 속에 남을 책망하는 일은 비관적인 생각으로 빠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자신의 행동과 상황을 끊임없이 직시하면서 판단한 그였기에 마지마가 승자가 되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미 여러 번 다뤄진 역사의 중심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지만 사료의 해석은 언제나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저자는 이에야스의 흔적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자 했다. 내용은 굉장히 전문적이면서 축약되어 있어서 일본사를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무수히 쏟아지는 인물들에 정신이 없게 된다. 하지만 역사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에 집중하게 되면 책은 생각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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