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쪽 어느 지점에서 시작된 인류는 조금씩 이동을 시작해 세계 곳곳에서 살고 있다. 부의 축적이 시간의 문제라면 아프리카는 가장 부유하고 강한 나라여야 하지만 실상은 제3 세계로 분류되는 빈곤 국가다. 고대에 가장 부유하고 강했던 초승달 지역은 분쟁 지역이 되었고 중국의 황허강 유역은 이제야 다시 과거의 영향을 찾으려 한다. 그러는 사이 부는 유럽에서 집중되었고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일이었을까?
부를 이뤄내기 위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포레스트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부와 권력의 이동에 대한 책들은 많다. 여전히 많은 독자에 사랑받고 있는 <총균쇠>부터 광범히 하게 다루고 있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전쟁과 문명으로 이를 알아보는 <문명과 전쟁>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류의 긴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는 비슷한 맥락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다른 책들이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류가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부와 힘이 흘렀다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부터 시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산업혁명 전후부터 시작을 한다. 그즈음이 인류의 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산업 혁명이 왜 유럽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는 다른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얘기한다.
부는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보통의 견해다. 하지만 부가 증가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산업 혁명 시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부는 땅과 농경에 있었다.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곧 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땅을 아무리 많이 차지하고 있더라도 비옥한 땅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해낼 수 없다. 부는 땅의 힘만큼 한정되어 있다. 산업 혁명은 부의 한계를 증가시켰다. 고정되어 있던 땅의 힘과는 달리 인간을 교육하여 공장으로 보내는 일은 투자할수록 높은 생산성을 보장했다. 부의 증가는 <맬서스의 함정>에서 벗어나면서부터 폭발적이었다.
사실 부라는 것이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인류에게 잉여 재산이라는 게 생겨나면서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권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왕은 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산은 개인 것이라는 법이 만들어 짐으로서 부라는 것의 폭발적 증가는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대 사회에도 재산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과학적인 합리주의 그리고 자본시장 그리고 운송과 통신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이 부를 이끌었다고 얘기를 하지만 뛰어난 기술도 보호해 주는 법률과 든든한 투자가 없다면 부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리고 운송 수단의 발달도 시장이 넓어질수록 부의 확장은 빨라지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예전의 인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행복하냐의 문제는 조금 다른 듯하다. GDP가 50배 이상 성장한 나라들 중에는 행복도가 전혀 성장하지 않은 나라도 많기 때문이다. 수학으로 얘기하 지면 행복은 값이 아니라 기울기이기 때문이다. 삶이 나아지는 정도가 곧 행복이다. 가진 게 많은 지금의 우리가 행복하려면 얼마나 많은 변화가 필요할까? 그래서 진보하면 더 행복해지기 어려워지는 것일까?
죽은 후에 행복하려고 평생을 일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다루는 책이어서 다른 책들과 중복되는 부분도 많았다. 여러 예를 들며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속에는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특하게 (최근에 많인 책들이 성공에 관해 얘기하는 것과 달리) 행복에 관한 얘기와 불평등에 대해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작가가 신자유주의자인가 싶을 정도로 자유와 자본, 경쟁에 대한 뉘앙스가 많았는데 철학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최근 해외 도서들이 이런 식으로 결말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이 고민이 많음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는 계속 성장할까? 인류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아니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까?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비슷하지만 드라마틱한 면은 조금 부족했다. 대신 여러 질문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과학사를 너무 길게 넣어 조금 지루하긴 했다 (과학사 책만 여러 권 읽은 후라). 그런 점을 덜어내고 본다면 부가 기지개를 켜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만약 어느 공동체의 리더라면 숙고해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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