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병동에 설치된 공중전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꽤나 슬프고 아픈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정신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정작 열어보니 다른 슬픔이 남아 있다. 자살에 대한 얘기일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읽다 보니 죽음의 매듭을 지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아주 현실적인 면과 조금은 판타지적인 면이 섞인 이 작품은 클레이하우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점, 감동 한 스푼 첨가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는 점이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다른 상처를 가진 이들을 위로한다는 점에서 다른 고민 상담소 같은 류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에피소드 또한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잘 썼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게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그렇듯 노년 부부의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었다.
죽은 이가 운명한 시간에 단 한번 들을 수 있는 그들의 목소리. 목소리를 남기고 싶은 사람과 듣고 싶은 사람의 간절함이 있다면 기적처럼 이어지는 통화. 물론 주인공이 모든 정리를 해두지만 공중전화라는 매개로 스토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낸다.
때론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소설이 안 되니까. 약간 <달러구트 꿈백화점> 같은 느낌도 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으니까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고민 자체도 많이 다르니까.
이쯤에서 자살에 대한 얘기를 살짝 해볼까 싶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늘 관심받는 숫자를 좋아하니까. 출산율이라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딱히 생각하고 정책을 내어놓는 것 같지도 그마저 유지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은 자살률을 낮추는 것이 출생률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일본의 자살 방지 대책을 위한 예산은 8300억(2021년)에 이른다. 450억 정도인 우리나라의 20배가 넘는다. (다른 기사에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160배라고 한다). 자살 방지는 과학적이면서도 심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섬세한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탁상공론이 아쉽다. 대교 난간에 적힌 작은 위로의 문장들, 예쁜 화분들이 모두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일본에는 '자살예방 의원연맹' 또한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 아쉬운 점이다.. 일 안 하고 돈 먹으려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얘기해 보자고 생각이 든 건 작품의 초입의 사건들이 전부 자살에 몰려 있어서였다. 우리 사회가 자살로 내모는 이야기를 나열하면서 사회적인 분위기도 만들어 보자는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서적도 많이 구매했었는데... 챙겨 읽는 날이 오겠지.
잔잔하고 따뜻한 힐링 소설의 클리셰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잘 쓰인 문장으로 때때론 감동을 주기도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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