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는 25주년 600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인 일본에서도 출판 전문지는 2010년대가 되기 전에 모두 사라졌으니 꽤나 자부심이 있을 법한 일이다.
평생 삼 만권은 읽었을 법하다고 얘기하는 한기호 소장의 말은 의미 심장하다. '서울의 봄'을 겪으면서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하루에 한 권씩 읽고 서평을 올리는 마쓰오카 세이고를 좋아하는 듯하다. 매일 같이 쏟아져 드는 책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는 출판이 적성에 잘 맞는 듯하다.
세상에는 많은 추천도서가 있지만 기획회의 599호는 조금 특별하다. '내가 사랑한 책'이라는 주제로 5권을 선정하는 전권 특집이다. 편집장, 편집자, MD 그리고 본지의 소장이 사랑한 책을 소개하는 이 매거진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인플루언스나 비평가들이 소개하는 책들과 달리 편집장, 편집자들이 선정한 책은 사뭇 색다르다. 그 속에는 아주 유명한 책들도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그곳에만 닿아 있지 않았다. 때로는 사랑하는 책을 때로는 아직 읽지 않을 책을 때로는 반복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을 선정하기도 했다. 편집자라는 직업답게 자신이 열정을 쏟았던 혹은 그런 희열을 목격한 책들이 선정되기도 했다. 자신만의 철학과 사상에 닿아 있다.
25인이 선정한 125권의 책 이야기. 어디서 추천받기도 힘든 책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안 그래도 무거운 장바구니가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추천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드러내는 수많은 책들 덕분에 사실 125권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친절하게도(?) 마지막에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
애착이 가는 책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 당연히 자신의 손이 닿은 것에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보다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글은 작가가 쓴다지만 책은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집자들의 글 솜씨는 작가 못지않다. 서평을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역시 전문으로 책을 다루는 사람들 다뤘다.
책들 중에는 절판된 책도 많았고 다행스럽게(?) 복간된 책들도 제법 있었다. 퇴사를 불사하고 제안해서 만든 책도 있었다. 책에 밥벌이를 걸다니 얼마나 좋으면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한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들보다 진흙 속의 진주가 많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서점 앱을 열어 검색을 하면 수많은 하트가 책을 장식하고 있다. '세상에, 나만 모르는 책이었다니.'라며 약간 억울하기까지 하다.
소외에 관한 책, 약자를 위한 책, 페미니즘 책 더 나가면 옥살이를 한 사상가의 책, 시인의 책 들도 있다. 수많은 장르가 쏟아진다. 편집자의 스타일에 따라 출판사의 신념에 따라 책은 선정된다. 흔한 베스트셀러 추천 말고 정말 깊이 있는 책 추천이 필요하다면 바로 기획회의 599호는 꽤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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