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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탁구를 치면서 (2013.01.12)

야곰야곰+책벌레 2024. 1. 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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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바빠지면서 탁구장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으면 하는 아내의 바람과 엄청나게 늘어나 버린 업무 때문에 그저 회사에 치기로 했다. 회사에 탁구대가 있고 탁구를 칠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에는 탁구대가 4대가 있지만 즐탁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늘 복식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많이 했다. 탁구장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구질들 뿐이기 때문이다. 밋밋한 볼부터 묻지 마 스매싱 같은 말도 안 되는 공도 많았다. 그리고 멀쩡한 장비를 쓰는 사람부터 이제는 장판이 되어 버린 오래된 하우스 라켓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탁구장에서는 취급도 안 했을 그런 장비들과 만나게 된다.

  적응 안 되었던 부분을 적어 보면,

  • 유니폼을 입지 않고 플레이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 유니폼이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했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특히 몸에 달라붙어서 더욱 불편했다.
  • 사방이 확 트인 대형 창문 & 바깥보다 어두운 형광등
    저녁에는 괜찮지만 점심시간에 탁구를 치면 난감한 경우가 많다. 햇빛이 비치면 일단 공이 보이질 않는다. 공이 사라졌다 나타났다고 한다. 완벽한 그늘인 탁구대는 쟁탈전이 심하다. 
  • 처음 보는 자세, 구질 그리고 분위기
    회사에서 치는 분들은 자신만의 탁구를 친다.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공이 오기도 하고 구질도 엄청난 회전 아니면 전혀 없기도 한다. 실수도 많지만 개의치 않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는 듯하다.
    가장 힘든 건 분위기다. 하하, 호호 웃음이 넘쳐나는 분위기는 물론 플레이 중에 넘쳐나는 농담들. 직급을 이용한 갈굼. 이런 분위기가 집중력을 흩트린다. 
  • 탁구를 배웠다는 압박감
    탁구장에서 정식으로 배웠다는 자존심과 그리 인행 승부에 대한 집착은 떨쳐내기 힘든 심리 요소다. 지금은 그냥 서로 플레이하는 사람과 사람으로 인정하게 되었지만 이 중압감은 생각보다 짜증 나는 일이었다. 이런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승률이 좋아진 것 같다. 
    이황 선생은 아주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미천한 유생이 보내온 논쟁에도 아주 정중하게 존대하면서 논쟁을 펼쳤다고 한다. 학문을 논함에 귀천이 없다고 하셨단다. 탁구를 치는데 내가 조금 더 배운 게 무슨 대수겠냐. 라켓 들고 공치는 사람인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사파 탁구에도 배울게 참 많다. 올해는 '임팩트에 집중하라'라는 화두를 만든 것도 다 회사에서 탁구 쳤기 때문이다. 자세는 정말 다양하지만 공은 충분히 강하고 코스 또한 날카로웠다. 탁구 잘 친다는 사람들처럼 높은 확률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공을 볼 때마다 임팩트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사파든 정파든 탁구는 재밌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즐겁게 운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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