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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최소한의 방어일까? (2013.01.03)

야곰야곰+책벌레 2023. 12. 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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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늘 공격은 최소한의 방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게임에서 선제를 잡는 것은 분명 이로운 일이다. 바둑의 경우만 봐도 흑돌을 잡으면 6집 반이라는 페널티를 받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흑돌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게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게임에 상대를 불러들이는 것과 상대의 게임에서 내가 반응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탁구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하고 승률을 얘기할 때, 승률은 보통 공격의 성공률에 비례한다. 실수가 많을수록 게임에서 질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는 어느 수준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해서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초보자의 경우 공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까?라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수비는 최소한의 공격이다. 한 번이라도 더 공을 넘기는 쪽이 이기는 것이 탁구다. 수비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공은 잘 치지만 어려운 공은 연타로 연결해야 할 경우가 있다. 연타로 연결하면 카운트 맞을 확률도 높아진다. 무리한 자세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부상의 위험도 있다.

  초보자들이 무리하면서 공격하는 이유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첫 번째는 멋져서 일 것 같고 두 번째는 선제를 잡아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비가 약해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넘겨주는 순간 상대가 공격할 것이고 그것을 막아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고수는 공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려 하지만 하수는 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서둘러 넘겨준다. 

  고수들은 연결을 중시한다. 무리한 공격으로 실점하는 것보다 한 번 넘겨주어 다음을 도모하는 편을 선택한다. 내가 실수해서 실점하나 상대의 공격을 못 받아내서 실점하나 1점은 동일하다. 득점 확률을 높이는 건 중요하다. 상대가 실수할 수 있도 있으니까.

  마롱 선수의 포핸드는 강하다. 사람들은 마롱 선수의 포핸드에 집중하지만 사실 마롱 선수의 강점은 백핸드에 있다. 아무리 두들겨도 뚫리지 않으니 포핸드로 뺄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강력한 포핸드에 얻어맞는 것이다.

  좋은 수비는 경기의 안정감을 높이는 동시에 나에게 유리한 플레이가 가능하게 해 준다. 브레이크에 자신이 있어야 가속을 낼 수 있듯 좋은 수비는 강력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드라이브만 주야장천 연습하지 말고 상대방 드라이브도 받아주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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