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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디커플링과 공급망 전쟁 (이철) - 처음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10. 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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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2차 대전으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던 미국은 단숨에 세계 최강이자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서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기가 아닌 돈줄을 죄며 상대를 무너트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가리지 않았다. 최강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전략이다. 소련이 그렇게 무너졌고 일본이 그렇게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 세계 기구를 좌지우지하는 정치력과 기축통화의 힘은 무섭다. 그리고 지금 중국에게 그 힘을 쓰고 있다.

  미중 갈등의 본질과 우리의 대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처음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의 경찰로서 신뢰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 자체로보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자국의 세금을 외부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의 실업자의 복지를 외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정권을 쥐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 팬데믹은 세계 공급망의 취약점을 드러냈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위기에서 이기적이었다. 어쩌면 중국이 빌미를 만들었고 트럼프는 노련하게 명분을 만들었다.

  트럼프의 계획은 약간의 경제적 이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힘을 등에 업었다는 루머가 돌았던 바이든에게는 어떤 정책적 선택권도 없어 보였다. 트럼프를 넘어서는 제재를 가동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이미 깊숙이 엮여 있었기에 양쪽에게 치명적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식량 자원이 필요했고 미국은 중국의 많은 중간재들이 필요했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저렴한 세계의 공장에 제재를 가하는 순간 모든 제품의 원가는 상승했다. 미국 기업 자체의 경쟁력도 나빠졌고 결국 물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중국 제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예전과 같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 미국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미국이 더 이상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얀마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기축 통화인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달러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도 주변국들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중국 제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모양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실제로 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차이나 런을 하는 동안에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독일,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테슬라나 애플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제조업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것도 사실이며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큼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정치적으로 움직여도 기업은 돈의 논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사를 분할하여 양쪽의 실익을 모두 얻으려는 기업도 생긴다. 물론 중국 내 기업들의 탈출도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

  미중 무역 갈등은 두 강대국의 자존심 싸움 같다. 미국은 정치적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중국과 꾸준히 무역하고 있다. 둘은 디커플링 할 수 없다. 양쪽을 겨누는 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으로 기업이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기대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생산 기반은 건물 하나가 옮겨 오는 것이 아니다. 도시가 통째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애플 공장 10%를 옮기는데 7~8년이 걸린다고 한다. 중국을 대신할 마땅한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교착점에 있는 나라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 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적당히 괜찮은 입지 조건과 더불어 많은 중간재를 중국에서 바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다.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저 정치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하는 대안일 수도 있다. 중국의 공급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도네시아나, 인도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인프라가 미흡하다. 멕시코는 부패가 심하다. 그리고 중국 시장만큼의 메리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어떤 마음으로 이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가장 많이 챙기는 것이 식량 주권이다. 식량 최대 생산지는 역시 미국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도 식량부족 국가다. 세계 공급망이 차단되면 우리 역시 쉽지 않다. 중국은 대만 전쟁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 먹방을 차단하는 일도 있었는데, 중국이 식량에 대해 진심임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져온 반도체 전쟁은 우리에게 꽤나 아프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전쟁 덕분에 우리의 반도체 수출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의 대책은 없다. 기업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미국이 강하게 제재한 덕분에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핵전쟁에 맞먹는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칭화대에서 반도체 학과를 개설했고 여러 대학들이 반도체 관련 학과를 계속 오픈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답게 소재 부분에서 국산화를 진행했고 기술력이 다소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장비 국산화를 50%에 가깝게 이뤘다. 중국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하이테크 반도체가 아니라 다량으로 쓰이는 적당한 수준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반도체를 성공하는 것은 영웅과 같은 것이 되어 버렸고 국가도 무제한 지원을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호황기며 각국에서 푸대접받던 많은 반도체 인력들이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고립은 중국의 자립을 향해 가고 있다. 

  세계는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각 나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주하다. 마냥 미국의 편을 드는 시대도 지났다. 미국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무 대책 없이 미국 뒤에 선다면 우리는 그저 일본 아래쯤의 중요도를 가지게 된다. 지금의 한국의 대만보다 중요하지도 않다. 아무런 잡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차시장에서 싸워야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각자도생을 주문한다. IMF에서 줄이지 않았던 R & D 예산을 삭감했다. 무제한 지원을 받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있을까?

  지금 세계는 공급망 전쟁이다. 서로의 아군을 찾기 위해 바쁘다. 중국은 러시아와 긴밀해진다. EU가 러시아와 대척하는 동안에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천연자원을 값싸게 얻어 왔다. EU는 미국에 동조하듯 하면서도 중국에 투자를 감행한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지 못한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은 투자가 막히는 것을 염려해 외국으로 돈을 옮긴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급등은 중국돈의 탈출이 원인이다. GM은 중국의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 세계는 국가별로 기업별로 계산기를 두드르기 바쁘다. 그런데 우리 정부만이 이념을 내세우며 불 속에 뛰어드려 하고 있다.

  중국의 횡포에 등을 돌린 나라. 미국의 달러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나라. 소외 좀 산다는 나라들이 싸우는 동안 제3세계라고 불리는 나라들을 신경 쓰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 기후 위기 같은 것은 그냥 빛 좋은 개살구다. 세계 공급망이 깨져버리는 지금은 자체 공급망을 신경 써야 하고 그 속에서는 석탄도 원자력도 모두 중요한 자원이 된다. 돈을 보며 움직이는 듯 하지만 다들 전쟁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임한다. 우리 정부의 대책 없음이 안타깝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통에 가깝기 때문에 중국 쪽의 입장이 더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지금 정적 싸움이나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한가한 사람들인지 뼈 저리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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