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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2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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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봐야 할 도서로 우리에게 유명한(아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책으로 유명한 이 책을 이번에 읽어볼 수 있었다. 꽤 오래전에 사두었는데 책을 분실하는 바람에 이번에 출간한 25주년 판을 구매했다. 

  꽤나 기대감이 오른 상태에서 책을 만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다른 통찰력을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뛰어넘는 뭔가를 얘기해 줄거란 기대로 부풀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몇 군데에서는 꽤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역시 다이아몬드 교수님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미 25년 전에 써였기도 했고 인류사라는 것이 복잡하고 끊어진 연결고리가 많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저자 또한 그런 면을 조심스럽다고 얘기하고 있기도 했다. 

  사실 이 책에서 총, 균, 쇠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키워드는 의외로 '평등'이었다. 아이들에게 인간의 역사를 토대로 한 문화 사회적 통찰력을 제공해 주려고 집필을 시작했기에 이 키워드는 소중하다. 지금 당장 닥친 인류의 문제들은 복잡하고 다양하게 엮여 있고 무엇보다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종우월주의는 허튼소리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아프리카 남쪽 부근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려 했다. 그것은 인종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지리적, 문화적, 생태학적인 요인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총, 균, 쇠는 인류의 전환기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키워드다. 이 키워드에 보다 충실한 책은 아자 가트의 <문명과 전쟁>이다. 이 책은 되려 이것들이 왜 대륙마다 다른 속도로 등장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지는 않다. 농업 혁명이다. 대신 그 농업 혁명이 대륙마다 다르게 등장했느냐를 설명하는 건 긴 글이 필요했다.

  인류의 문명이 어느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분명 지리적, 생태학적인 요소가 중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문화적, 사회적 요인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기득권 세력에 의해 진보의 발걸음이 멈춘 적도 있고 정치체제 때문에 세상의 발전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독자적인 문명이 싹트기 전에 먼저 발화된 문명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은 농업 혁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3의 침팬지>, <총균쇠>, <문명의 붕괴>, <대변동> 이렇게 이어지는 저자의 저서를 보면 이해가 간다. 그리도 인류의 발전 속도가 다른 것이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 때문이라면 분명 농업 혁명의 시기를 따져 보는 것은 적절하다. 가축과 함께 하면서 '균'은 급속도로 많아졌고 균에 적응한 인류는 그렇지 못한 인류를 쉽게 제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서 '쇠'는 무기보다는 '농경 생활'의 발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잉여 생산물의 발생은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인간을 만들었고 그들은 정치가, 군인이 되었다. 그들은 무기를 만들고 글자를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격차는 점점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인류가 시베리아, 알래스카를 지나 아메리카에 도달했을 때 유라시아 초승달 지역에서는 이미 농경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신세계를 발견해 정복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흐름을 전 세계인 관점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종족이 특별하다는 관념을 깨부수기에는 충분했다. 원시인 같은 생활을 하는 인류도 문명이 닫자마자 적응하는 것은 그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러 사실들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지점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부분을 제대로 썼다면 천 페이지도 넘었을 거다. 아마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큰 비중이 없어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만큼 글을 읽기 편하게 잘 쓰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류사적 흐름은 <사피엔스>가 낫고 문명의 흐름에 대한 디테일은 <문명과 전쟁>이 더 수긍이 간다. 아메리카에 대한 이야기는 <1493>을 읽으면 잘 알 수 있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총, 균, 쇠가 어떻게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꿨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그 답은 아자 가트의 <문명과 전쟁>을 봐야 한다.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왜 역사는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 초입에 있는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고 지금의 시대에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는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정답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하는 것에 대해 물음표를 보여준다. 저자는 그에 대한 길라잡이를 한 것이고 답은 우리가 구해야 한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그 점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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