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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삶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법 (제일 구달)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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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모리스 구달. 영국의 동물학 자면서 환경 운동가다. 침팬지 행동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면서 침팬지를 가장 사랑하는 인간이다. 침팬지만 연구하던 그녀가 환경 운동가로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 또한 침팬지에 있다. 밀림의 급격한 소멸은 200만 마리 침팬지가 15만 마리로 급감시켰다. 그녀는 연구 대신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저항 운동은 과격하지 않다. 그녀는 언제나 스토리텔링에 의한 '감정선'을 건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적으로 바뀌는 것에는 앞으로 더는 안될 것 같다는 '불길한 조짐'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압박'도 있겠지만 경영자 또한 인간이기에 감정선을 두드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외치지만 그 목소리는 공허할 때가 많다. 그 대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세대를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래 세대는 아주 먼 미래가 아니라 내 자식, 내 손주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 내 핏줄이 살아갈 미래라고 생각하면 피부에 더 확실히 와닿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끄는 국제 청소년 환경 단체 '뿌리와 새싹'은 그녀가 부모 세대의 감정선을 건드리기 위한 아주 똑똑한 캠페인이다. 자연과 살아보지 않은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연 속에 살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맛보며 그 속에 동화될 때 인간은 비로소 자연을 내 것으로 인정하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방구석에 앉은 사람이 아마존 밀림의 꺼지지 않은 산불에 공감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생각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구를 구하자'라는 거대 담론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주변은 바꿀 수 있다. 그런 효용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모여질 때 비로소 다툼을 멈추고 협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래는 미래 세대의 것이다. 우리가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는 장면을 마주하면서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경험하게 해줘야 하는 건 부모 세대의 의무다. 자신의 시대를 소중히 하라는 가르침이야 말로 우리가 후대에 전달해줘야 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생태 교육이 전무해 안타깝다.

  제인 구달이 들려준 콩고 민주공화국의 에피소드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아이들과 성스러운 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에 나무를 심기로 했다. 그곳은 채광 구역이라 위험한 곳이었다. 그곳에 나무를 심을 거라 하니 민병대 대장은 쓸데없는 일이라며 콧웃음 쳤고 허튼일 하지 않을까 싶어 AK-47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어른 넷을 딸려 보냈다. 그 언덕은 너무 뜨거웠고 아이들이 흙을 파고 심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군인은 소총을 내려놓고 나무를 심는 것을 도와줬다. 네 명의 군인이 아이들을 돕기로 결정하는데 10분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연을 파괴해 물건을 만들던 한 CEO가 공정 무역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 또한 자신의 손녀 때문이었다. 손녀는 CEO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지구를 파괴시킨다고 해요. 할아버지 그렇지 않죠? 우리는 지구를 사랑하잖아요?"

  우리는 환경 보호라는 것도 국영수처럼 강압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자원을 아끼지 않으면 인간에게 미래는 없어"라는 말이 어린아이에게 무슨 교육이 될까? 나무 위에서 잠을 자 보고 곤충과 장난을 치며 지내는 경험이야 말로 사랑을 키우는 일이다. 그런 미래 세대가 말하는 말은 어른들을 바꾸게 될 것이다. 

  제인 구달은 계속해서 '희망'에 관한 책을 내고 있다. 왜 그렇게 '희망'을 고집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짧지만 묵직한 말을 던진다.

"희망을 잃으면 무관심해져 버린다"

  무관심, 분쟁, 우울하게 되면 모든 것은 끝나 버린다. 인류는 긴 터널 앞에 서 있다. 터널은 언제나 끝이 있기 마련이다. 터널 끝에서 전달되는 희미한 빛줄기가 우리의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터널에 들어서기 전에 서로를 다독거려야 하지만 터널 앞에서 인류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다. 아이들은 모두 같다. 그들에게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본다는 것은 그 행동 자체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내가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때 희망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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