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햐.. 거의 다 썼는데.. 날아갔다. ㅠ_ㅠ
진도는 매년 9월이면 예약을 해둔다. 대략 3달 전에는 예약해 두니 대기가 풀리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면 못 가게 되는 것이다. 1박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2박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진도는 꽤나 먼 곳이기 때문에 2박을 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매 년 다녀올 수 있게 되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한남노와 함께 진도에 상륙했었는데, 올해는 하이쿠이가 반갑게 맞아줬지만 함께 진도에 올라선 한남노와 다르게 위력도 약하고 서쪽으로 너무 멀리 있었다. 덕분에 적당한 구름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리조트에 도착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물놀이를 하지만 올해는 물놀이에는 흥미를 잃은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 숙소에 남았다. 아들은 물을 사랑하기에 나는 아들을 데리고 풀장으로 갔다. 풀장은 늦은 시간까지 하지만 아이가 아직 추운 저녁에 물놀이를 하기는 쉽지 않고 무엇보다 아내가 셋방낙조가 보고 싶다고 했기에 시간에 맞춰 나와야 했다. 아들에게 저녁에 욕조에서 놀아도 된다는 미끼를 던지고 5시 40분에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가족을 모두 태우고 셋방낙조로 향했다.
7시 12분 해가 저물기 때문에 적어도 10분을 일찍 도착해야 했다. 시간은 빠듯했지만 가는 길에 차량이 그다지 없어 적당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낙조에 눈이 즐거웠다. 카메라를 가지고 왔으면 더 멋지게 찍었을 텐데, 카메라를 손에서 놓은 지가 너무 오래됐다. 다시 카메라 뽐뿌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도 풍경은 눈으로 봤을 때 가장 예쁜 것도 사실이다.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충분히 즐겁게 낙조까지의 시간을 즐겼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출발 시간이 늦어졌다. 해남은 진도 바로 옆이지만 돌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짧은 거리가 아니다. 잘 추스르고 출발하니 점심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바로 해남 <몽소 베이커리>로 갔다. 그냥 검색했는데 나와서 가봤다. 해남이 고구마도 유명하니까 고구마빵도 유명한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달랐다. 고구마 자체가 맛있는 건지 손질을 많이 한 건지 집 앞에서 사 먹던 고구마 빵이랑 많이 달랐다. 다른 빵들도 천연효모종으로 발효해서 부드럽고 쫀득했다. 무엇보다 카운트 보시는 분이 너무 친절하셨다. 여행객은 우리뿐이었지만 동네에서 맛난 빵집인지 사람들은 계속 방문했다.
아이들의 현장체험 학습을 위해 윤선도 유적지를 방문해서 둘러본 뒤 아들이 타고 싶어 하는 케이블카가 있는 두륜산으로 향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이 꽤나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이 있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많았다.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있는 분들이 많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정상까지 가볍게 걸어 다녀오는 코스였다. 시원한 바람과 운무를 바라보니 더위가 싹 사라졌다.
시간을 보니 땅끝해양사 박물관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오후 5시에 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케이블카 바로 아래 있는 미로 공원에서 조금 놀다가 땅끝전망대로 바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대도를 만났다. 원래는 동쪽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서 전망대를 찍고 올라오면서 대도를 들리려고 했는데 반대로 간 것이다. 원래는 보고만 오려고 했는데 그냥 한번 건너 보기로 했다.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전망대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탈 수 없었다. 모노레일은 오후 6시에 운행을 멈춘다. 주차장 주차하고 조금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전망대. 전망대는 24시간이라고 했지만 전망대 내부 들어갈 순 없었다. 이곳도 오후 6시에 닫았다. 구름이 많아 석조도 볼 수는 없었지만 땅끝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땅끝에서 쏠비치까지는 2시간이 좀 안 되는 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어두운 밤 시골길을 달리며 9시가 다되어 도착했다. 흐린 날씨를 피해 맑은 곳만 찾아다닌 듯 하루종일 좋은 날씨와 푸른 하늘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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