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때, 엔진오일이라고 갈아주면 자동차가 더 잘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라켓을 바꾼 나는 똑같은 기분을 느낀다. 갑자기 실력이 좋아졌나 싶다가도 '이것이 용품의 위력인가'라며 자신의 지름을 합리화하고 있다. 사실 주말 이틀을 쉬어 월요일이 운동하기 가장 힘든 날인데.. 이번 월요일은 가뿐하다는 느낌이다. 용품 때문인가. 아니면 그동안 너무 피로했던 걸까.
'딩동'
아내는 문자로 '마스터 V'의 도착을 알려줬다. 마스터 V는 국내 업체에서 만든 신상품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지름을 잠재우기에 아주 적절한 용품이었다. 목공예를 하는 아내라 블레이드를 받으면 보호 코팅을 해달라고 부탁까지 해둔 상태이기도 하다. 꼼꼼한 성격이라 나보다 훨씬 잘해뒀을 거라 생각이 든다. 나는 퇴근해서 러버만 붙이면 된다.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러버를 잘못 붙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빨리 탁구장에 가서 쳐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퇴근이 유독 늦어 더 마음이 급했다. 그래도 탁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좋음으로 첫 시타를 한 느낌은, "손 아프네, 라켓 좀 다듬어야겠다"
두 번째 느낌은 "헤드 쪽이 무겁네"
테니스 라켓의 경우도 헤드가 무거운 것은 파워를 보완해 주고 밸런스가 맞는 건 컨트롤 용이라고 어느 점원이 설명해 줬는데 탁구도 그런 것 같다. 헤드가 무거우면 같은 무게의 블레이드라도 무게감이 다르다. 그리고 파워도 생각보다 더 나올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다르지 않고 공은 쭉쭉 뻗어나갔다. 나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었는데 드라이브를 거니 쭉쭉 뻗는다. 대신에 공을 잡아주는 감각이 부드러워 드라이브하기에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회전이 많이 걸리니 오버미스 나야 할 공이 엔드라인에 걸친다. 꽤감이 좋은 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문제는 수비 쪽에서 나왔다. 스매시 감각도 달랐지만 블록의 감각이 너무 달랐다. 울림이 어색한 건지 특징이 다른 건지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드라이브 하나만큼은 워낙 좋은 감각이라 앞으로 계속 사용할 것 같다.
라켓이 많이 가벼워져 스윙이 빨라졌다. 덕분에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을 새롭게 해야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5만 원으로 20만 원에 가까운 용풍보다 좋은 기분을 낼 수 있다니 이 또한 좋았다. 러버의 수명이 다되면 또 다른 녀석을 붙여서 쳐봐야겠다.
게임에서 져도 드라이브로 득점했다는 게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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