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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탁구와 대결!! (2010.09.27)

야곰야곰+책벌레 2023. 8. 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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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우리 탁구장은 주말에 문을 열어두지 않는 편이다. 다른 구장은 주말에 손님도 받고 리그전도 하고 그러는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관장님의 워라밸이 지켜줘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는 있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주말이면 베란다에 나가 머리를 빼꼼 내밀며 탁구장을 바라보는 게 일이 되었다. 탁구장은 그만큼 집과 가까웠다. 탁구장에 불이 켜져 있으면 열린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닫혀 있는 것이다.

  하루는 탁구장 창문이 활짝 열려 있어 기쁜 마음에 장비들을 챙겨 탁구장을 향했다. 그런데 탁구장에는 아주머니 3분만이 모여 탁구를 치고 있었다. 세 분이서 게임을 하고 있어 끼어들지 못하고 혼자 볼박스를 했다. 요즘은 길고 빠른 서비스를 연습하고 있다. 대각선은 잘 되는데 기습적인 직선 코스의 길이 조절이 쉽지 않다.

  "총각은 언제 가요? 더 하다가 문 잠그고 갈래요??"

  게임이 끝나셨는지, 혼자 연습하고 있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한 분이 말을 걸어 주신다. 관장님이 열쇠를 맡겨두는 회원 분들인 걸로 봐서는 다른 시간대에 탁구를 치시는 탁구장 터줏대감들인 듯하다. 

 "아뇨, 가실 때 저도 갈게요"
 "탁구장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섭섭해서 되겠어? 게임이나 한판 해요"

  그렇게 아줌마 탁구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잘 치는 편이 아니라고 얘기하니 그래도 쳐보자고 하신다. 탁구장에선 늘 고수만 봐와서 실력을 알 수 없는 아주머니들의 실력에 긴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들고 계신 라켓 뒷면엔 검은색 익스프레스(돌출러버)가 붙어 있었다. 아줌마 탁구도 생경한데 용품조차 익숙지 않은 것을 상대해야 한다.

 "저는 아직 부수가 없어요."
 "저는 여자 3부예요"

  여자 3부? 여자 3부가 얼마나 치는 사람이지.. 남자 5부인가? 혼자서 셈을 하다가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돌출러버여서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며 플레이를 했다. 

  응? 돌출러버인데 하회전이 걸리네?

  고민을 하며 결국 하회 전에 대한 푸시로 공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돌출러버가 하회전이 잘 안 들어간다는 것이지 안된다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땐 몰랐다. 지고, 또 지고, 계속 지다 한 세트는 이기고 마지막 세트는 박살 났다. 다른 두 분과도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 치신 분이 실력을 파악하셨는지 나에게 핸디 2점을 줬다. 

  어? 내가 점수를 접어줘야 하는 상대도 있다니!! 

  배웠던 기술들을 최대한 써가며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미스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나머지 두 분에게도 모두 패했다. 3:2로..

 "이 총각이 연습하려고 전부다 풀세트로 끌고 가네.."라고 심판을 봐주시는 아주머니께서 말을 하신다.
 "감사합니다"라고 즐거운 게임에 대한 인사를 전했다.
 "우리가 연습되고 좋았지 뭐.."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만나면 제가 이길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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