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때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에 반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오다가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비싸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이 성공이라고 정의 내리게 된다. 쉼 없이 달려 다른 이들을 재치며 허겁지겁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 자리에 놓이게 된다. 과연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길 그것을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불안. 그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 세상은 자본주의에 묶여 돈이 순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있다. 그 속에서 가장 핵심은 회사이며 직장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차별을 겪게 된다. 충분히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직장이 없다는 이유 만으로 더 많은 의심을 받게 된다.
우연이었다. 마흔을 맞이한 선배의 생일에 무심코 던진 한 마디 '인생의 반환점'은 자신에게 돌아왔다.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다. 모두 진급할 수 없다. 좌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치고 올라온다. 언제까지 어떻게 버티게 될까를 질문하니 그렇게 밝은 미래가 없었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갑자기 찾아온 지방 근무. 사회 초년 때 지방을 돌고 본사로 돌아오면 다시 지방으로 가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지방으로의 전출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것에 회의감을 들던 시절. 바빴고 시골에는 사고 싶은 것이 그다지 없었다. 대신에 직거래 장터는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사시사철 구할 수 없는 게 없던 마트와 달리 장터에서는 제철 식품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다. 구할 수 없는 시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에 적응하게 되고 제철이라도 되면 수확이 끝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즐긴다.
욕심을 내려놓고 적응하며 살아간다면 생각보다 많은 소비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도쿄로 돌아가게 된 저자는 친구의 질문에 "50세가 되면 은퇴할게"라고 무의식적으로 얘기한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50세에 퇴사를 하게 된다.
퇴사는 '회사 중심'의 사회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직이 아닌 '무직'이 된다는 것은 사회의 시스템에서 소외된다는 것이다. 집을 구하는 것도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도 대출을 내는 것도 모두 그렇다. 사회의 복지도 그렇다. 자본주위는 모두 그렇게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에 '돈은 필요 없어'라는 무책임한 얘기는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Low Risk, Low Gain의 삶으로의 도전이다.
많이 쓰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를 느낀 저자는 씀씀이를 줄이 가면서 돈에 대한 의존을 줄여 간다. 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드니 회사 의존도도 자연스레 낮아진다. 회사 의존이 낮아진다는 것은 점점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다. 눈치를 보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회사가 싫어서 관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다. 28년간 자신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해 준 회사에게 저자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사직서를 던지는 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한 번 해보면 그게 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회사에 다닌 기간이 길어지고 받는 월급이 많아질수록 돈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져 간다. 늘어난 수입만큼 씀씀이가 적응하기 때문이다. 이건 독립이 아니라 점점 빠져들게 되는 거다. 우리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회사가 인생에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회사를 관두라는 것이 아니다. 회사원이 아니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태도와 마인드가 중요하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의 퇴사 이야기가 아니라 50세에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의 은퇴 기록이다. 그녀의 생각이 나와 너무나 비슷해서 읽는 내내 공감되었다. 인생의 반환점. 회사는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회사에는 개인에게 꽤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와의 거리 두기는 중요하다. 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전적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게 소비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돈을 마련하든지.. 그것이 어쩌면 현실적인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며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퇴사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떻게 할 건지는 스스로 준비하면 된다. 회사의 의존하지 않게 되면 회사 생활이 훨씬 즐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언젠가 끝내야 하는 패키지여행과 언제든지 연장할 수 있는 자유여행. 어느 것이 더 즐거울지는 개인이 선택하면 될 일이다.
'독서 (서평+독후감) > 시집 | 산문집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러브 모텔 (백은정) - 달 (0) | 2023.09.15 |
---|---|
아버지의 여행가방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 - 문학동네 (0) | 2023.08.24 |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오르한 파묵) - 민음사 (0) | 2023.07.23 |
(서평) 우린 평생 전학생으로 사는 운명이니까 (케이시) -플랜비 (1) | 2023.06.08 |
(서평) 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 고유명사 (0) | 202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