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중 일부는 그것을 글로 옮겨내고 있다. SNS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때론 긴 글을 책으로 엮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글은 우리와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다. 전업 작가가 된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한 작법서라기보다는 그런 프로 작가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다.
작년 한 해 <불편한 편의점>으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김호연 작가의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책은 서랍의 날씨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오르한 파묵의 말이 계속 생각난다. 김호연이라는 작가 또한 공통된 점이 많았다. 작가에게는 글을 쓸 수 있는 마음과 환경이 중요하고 그것을 만드는 것부터가 작가의 작업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삽질과 같아 연속적인 애쓰기와 다르지 않다. 매일을 루틴처럼 써내는 것이고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은 쓰질 않아서라고 한다. 타자기 앞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글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작가는 디스크와의 싸움이기도 하니까. 의자에 앉기 전에 자신이 쓸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템과 캐릭터를 만들고 시놉시스와 플롯을 만들어 내 글이 가야 할 길을 놓는다.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는 수입이 없는 건 둘째치고 밥 먹는 순간에도 죄책감이 든다. 수십 번의 샤워, 하루종일 상상과 구상을 한다. 때론 산책을 하며 떠오르는 것들의 환기도 필요하다. 작가라 함은 끊임없이 글과 마주하는 것이다. 마치 어질러진 방과 같은 초고에 실망하며 그만두는 일은 프로 작가에게는 있을 수 없다. 프로는 잘못된 부분을 수용하며 끊임없이 고쳐 나간다. 스티븐 킹이 그랬다. "창작은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이다."
완벽한 글을 적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지 모른다. 탈고의 순간은 반드시 다가오며 세상에 내어놓지 못하는 글은 작품이 될 수 없다. 이럴 방지하기 위해 김호연 작가는 파일의 끝단에 탈고일을 기입해 둔다고 한다.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과의 약속, 독자와의 약속 그리고 출판에 관련 모든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이런 글쓰기에 몰입해야 하는 작가에게 작업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 원룸부터 공공 작업실, 문학관을 전전하며 글을 썼다. 문학관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가족이 있다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글을 쓴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작가는 출판사와 미팅도 잦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도권에 머무르는 게 좋다고 했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준비가 필요했다. 단순히 소재만 가지고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이고 얼만 큼의 길이로 쓸 것인지, 장르는 무엇으로 할 것이며 가격 또한 고려 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처럼의 내 작품이 위치할 자리를 상상한다는 것은 독자를 고려하는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대중적인 글로 돈을 벌고 싶은지 작품성 뛰어난 글로 상을 받고 싶은지도 작품의 톤 앤 매너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스티븐 킹이 '욕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것과 같다'고까지 한 지루한 작업이 글쓰기다. 자신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면 끝까지 해내기 쉽지 않다.
마감을 해보지 못한 작가는 여전히 작가 지망생이다. 마감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마감을 하고 난 뒤에는 일정 시간의 '양생'이 필요하다. 배우가 역할에서 빠져나오듯 작가도 글에서 빠져나올 시간이 필요하다. 독자의 시각, 편집자의 시각으로 작품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한다. 출력본은 그런 작업에 있어 효과가 있다. 더불어 자신의 글을 판단해 줄 지원자가 있으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자신의 글이 흥행할 것이라고 생각은 잘못되었다. 김호연 작가도 6번째 작품에서야 소위 대박을 맞았다. 첫 작품으로 흥행을 휩쓰는 경우는 로또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반복되지 않는다. 꾸준히 쓰는 것만이 정답이며 흥행보다 글을 쓴다는 그 자체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아야 한다. '쓰기의 감각'을 쓴 앤 라모트는 이렇게 얘기했다.
출판을 했다는 건 당신이 당신의 글을 제대로 썼다는 인정을 사회로부터 받는 걸 의미한다.
...
그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잔잔한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결국 당신은 다른 모든 작가와 마찬가지로
다시 자리에 앉아 빈 페이지를 마주해야 한다.
재미나고 흥미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궁금한 것'을 적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김호연 작가의 말은 글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 준다. 그러나 역사 그도 오르한 파묵도 말했듯 끊임없이 글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작가의 재능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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