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오르한 파묵은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작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음에도 고독한 집필의 세계로 들어섰다. 글을 쓸 때가 행복하기에 계속해서 쓴다는 그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하루 10시간을 앉아 글을 쓴다. 매일 같이 쓴다. 그럼에도 자신은 하루 평균 0.98장을 쓴다며 하루 한 장도 쓰질 못하는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사실 대단한 양이다. 쓰지 못하는 날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능과 공상의 능력을 작가의 덕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작가는 '글 쓰는 게 행복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누가 글을 쓰라고 압박을 하면 그것이 너무 기뻐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란 개미와 같은 끈기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는 사람이며, 오로지 그 자신의 인내심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사람이라 했다. 작가는 바늘로 우물을 파듯이 글쓰기를 해야 하고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필요한 것은 인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가는 사회의 약자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자신은 워낙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부유한 사람의 삶에 관해서 썼다. 작가는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 적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이 쓰고 싶은 것 쓰고 싶은 방식을 고수할 것을 강조했다. 별거 아니게 보이는 개성이 때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작품부터 튀르키예의 정체성을 꾸준히 다루고 있는 그의 작품은 대부분 자신이 살고 있는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른 지역이 중심인 작품에서도 그는 그 지역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끊임없이 쓰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집필실 벽면에 부쳐 놓기도 한다. 치열하게 쓴다. 그리고 탈고할 때에는 주저 없이 버린다.
이 책을 집필한 이난아 씨는 파묵의 전임 번역가다. 그녀는 작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변역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파묵이 집필하며 묵었던 방과 거리를 거닐며 작품 속의 풍경을 눈에 담으려 노력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저 자본에 의해 연결된 사람들이 아니라 작품을 공유하는 사이 같았다. 작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번역가, 번역가를 각별히 여기는 작가의 관계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작가 서문'이 한국판에만 있는 역할도 해 내었다.
치열하게 글을 적는 만큼 그는 책의 묘미를 모두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곧 독자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텍스트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읽어가는 소박한 독자와 텍스트를 분석하며 의미를 끄집어내려는 성찰적인 독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적으려 노력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다소 어렵다는 평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조금 더 깊이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서클럽에서 선정한 책만큼은 제대로 리뷰하고 싶기에 여러 가지를 알아가고 있다. 한국을 꽤나 좋아하는 이 작가는 꽤나 치밀한 극사실주의자이면서 동화적 요소를 가미하는 초현실주의자다.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더 내어 놓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작품을 쫓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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