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같기도 하고 산문집 같기도 하다. 그리고 헌사인 것 같기도 하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것이 너무 좋은 그녀는 종이와 펜을 들고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행여 펜을 잃어버리고 나가는 경우를 대비해서 숲 곳곳에 펜을 두기까지 했다. 그녀는 자신을 자연에 대한 리포터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영감을 받으면 바로 썼다. 그녀는 자연의 어떤 모습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자신의 쓴 시를 모으면 달까지도 갈 수 있을 거라 얘기할 정도로 바로 썼다. 모든 것이 출판되지는 않았겠지만 영감은 글로 남겨야 기록되니까 그녀의 자연 예찬이 궁금하다.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로 시작하는 서문이 좋았다. 세상에 모든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모습에서 마저 그들의 삶을 향해 기도했다. 누구의 편도 아닌 그저 각자의 행운을 빌어주는 모습이 독특했다. 숲 속 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느끼며 행복의 바다에 떠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했다.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느낌이었고 자신은 그 속에 녹아 있었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결국 속박되어 있고 그 속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산문은 대개 차분히 흐르며 서서히 감정을 드러내지만 시는 그보다는 덜 조심스럽다. 산문은 작업의 무게를 느끼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는 '작업'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저 그대로 전달되면 된다. 산문의 방법은 많다. 시는 행갈이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산문도 마찬가지다. 시인 또한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얘기하고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저 예전의 글들을 베끼는 것이 낫다. 독창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시인을 있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시와 산문 그리고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워즈워스와 에머슨, 호손에 대해 얘기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듯한 평범함이 깔려 있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문장들이 늘려 있다. 그리고 생각을 얘기하고 질문을 던진다. 바쁘게 변하는 세상에 대해 속박과 여유에 대해 얘기한다. 오늘도 우리는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균형 잡힌 삶을 사는데 습관은 중요하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편이다. 수많은 생물들은 그저 습관처럼 살아간다. 숲 속의 새나 여유는 사소한 것을 위해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 살기 위해 당장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생물들에게 삶은 그저 습관 그 자체다. 어쩌면 우주 그 자체가 습관의 결정체 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은 그 습관과 다투는 중이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너무 똑같다면 나는 너에게서 너는 나에게서 무얼 배우겠는가? 우리의 서로 다른 흥분을 접하는 건 함께 하는 삶의 또 다른 선물이다. 의지는 일할 때 놀려하고 욕망은 가장 놀기 좋을 때 경건하게 노동을 원한다. 인간 그 자체가 말썽꾸러기다.
아름다움은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걸 직감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고 기쁨이다. 그것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우리 내부의 문제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느끼려면 우리에게 고독이 필요할지 모른다. 자연과의 대화는 아주 작은 소리를 듣는 것처럼 섬세하고 집중력을 필요로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주는 경이롭지만 그것 이상으로 사무적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그런 항상성 속에서 복종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것 속에서 불만족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인간만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걸 갈망이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에 대한 이해를 느끼려고 애쓰는 것이 만족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불만족은 항상성에 대한 것인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우리는 자연의 계획을 넘어서는 모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연과 교감하고 경이와 기쁨에 대해 얘기하는 메리 올리버의 매력은 멋스러움보다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자연 리포터'라고 얘기하는 그녀는 매일 같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한다. 세상은 그저 습관처럼 움직인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 같다. 잘 모르겠지만 메리 올리버의 글을 빌려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서 (서평+독후감) > 시집 | 산문집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르한 파묵 (이난아) - 민음사 (0) | 2023.03.18 |
---|---|
작가의 사랑 (문정희) - 민음사 (0) | 2023.02.26 |
(서평) 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 - 아웃사이트 (0) | 2023.01.08 |
(서평) 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 필로우 (0) | 2022.12.14 |
(서평)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 필로우 (0) | 202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