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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 - 아웃사이트

야곰야곰+책벌레 2023. 1. 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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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마녀 사냥>으로 더 유명한 그린 라이트지만, 인생의 초록불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니까. 그런 의미의 그린라이트다. 계속해서 연애해도 될까요? 와 같은 느낌이랄까. 인생의 그린 라이트는 나를 질주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린 라이트를 받는 것은 어쩌면 스킬이기도 하고 어쩌면 행운이기도 하다. 막히지 않는 길을 잘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고 갑자기 눈앞에 모든 불이 초록으로 빛날 수도 있다. 그린 라이트는 전진이다. 때로는 내가 달리고 싶지 않을 때에도 주위에 밀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한다. 세상의 타이밍과 나의 타이밍이 맞는 팔자 덕을 보는 얘기를 쓰려고 한 건 아니다. 인생의 그린라이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빨간불과 노란불 또한 결국 초록불로 바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매튜 매커너히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그 속에서 찾아가는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삶의 그린라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아웃사이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씬(scene)을 직접 쓰기도 하는 배우여서 그런지 글은 막힘없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솔직함이라면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 문화가 달라서일까?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엄청난 악플러들이 물어뜯을 태세를 하고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또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않다. 자신의 생은 그 사실 자체라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중립적이고 타자를 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가출을 결심했다고 말했을 때 손수 가방을 챙겨주시는 부모님이 있어서였을까?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당당했던 주인공 그리고 즐기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어머니. 기자들이 포진하고 있던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 나가는 행동. 한국인의 감성으로 이해하기 살짝 어려웠지만 그네들이 세계에서는 '쿨'하고 '힙'한 걸까.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이고 모험심 넘치는 이 남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거부감이 들면서도 흥미롭다.

  우리가 정체성을 만들어가 가는 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라'라는 것이 아닌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알아'라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에 수긍했다. 마치 사진의 뺄셈의 미학처럼 나의 정체성도 내가 가깝다고 생각하는 존재로부터 먼 것부터 제거해 나가는 방법. 그러다 보면 나의 정체성과 만나게 되지 않을까. 마치 조각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원하는 것을 믿을 뿐 아니라 믿는 것을 좋아한다. '네가 믿는 바대로 살아라'라는 말은 한 때 유행하던 시크릿과 같았다. 간절히 바라고 믿으면 이뤄지리라. 중요한 것은 믿음을 실천하는 일이지만 강하게 믿으면 행동하게 되어 있다. 그는 바로 이어 이렇게 얘기한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을 때 힘든 부분은 그걸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아는 것이다.
그 일들을 너무 자주 할 필요가 없도록 일찌감치 그 일들을 하도록 하라. 

  좋은 습관을 들이고 그것에 노예가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그 일을 하려고 핑계를 대지만 어떤 사람은 그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핑계를 댄다. 물론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거다.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전을 받아들이느냐 마냐의 문제다. 

  우리 모두는 '나의 인생'이라는 책의 저자다. 그 작품에는 좋은 일 나쁜 일이 수없이 적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책의 페이지를 넘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신만이 할 수 일이다. 마침표를 찍는 것, 챕터를 바꿔 버리는 것 모두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도돌이표 같은 문장을 적지 말고 마침표를 찍고 페이지를 넘기는 법도 알아야 한다.

  책은 마치 영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순간 낯섦도 있었다. 하지만 개방적이고 모험심 강한 특유의 호쾌함이 있다. 뭔가 멋들어진 말을 적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날 것의 무언가가 느껴져서 좋았다. 회고를 위한 에세이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작전교본과 같은 것이라 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똥을 밟는다. 인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한참 뒤에는 알아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똥을 밟는다는 게 그저 흔한 일이라는 감각이다. 

  하마터면 덮을 뻔했다. 초반부터 쏟아지는 미국 남부의 가정사는 그렇게 흥미롭게도 아름답게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라고 이해하기에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읽으려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순간 만나는 그린라이트 같은 쪽지는 그 자체로도 좋은 글이지만 저자의 스토리를 읽으면 더 잘 와닿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경로를 바꾸기 위해서는 때론 눈앞에 그린라이트를 무시하고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한 달, 일 년 혹은 십 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신호는 반드시 바뀐다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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