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딸이 먹고 싶어 하던 샤부샤부와 원래 좋아하던 감자탕을 해치운 덕분에 외식비다 제법 나왔다. 게다가 실수로 아내 안경을 눌러버려 새롭게 맞추는 바람에 추가 지출도 생겼다. 약속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장까지 보고 오니 이틀 만에 50만 원에 달하는 지출이 생겼다.
크림 파스타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바람에 직접 해주기로 했다. 잘하는 집에 가서 먹고 싶은 바람을 꺾었지만 집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실컷 먹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하게.. 사실 그냥 크림파스타 소스를 사서 만드는 게 가장 베스트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직접 해보기로 한다. 원래는 베이컨 크림 파스타 였는데, 장을 보다가 게살 크림 파스타로 변경된다. ( 결과를 먼저 얘기하자면 게살 크림 파스타와 게살맛 크림 파스타는 엄연히 달랐다.. )
비주얼은 나쁘지 않은데 맛이 심심하다. 원래 우유와 생크림(혹은 휘핑크림)을 사용해야 하는데, 우유와 친하지 않은 가족들의 생물학적 문제로 인해 두유를 쓴다. 두유를 넣으면 조금 더 고소하고 묵직해진다. 그럼에도 뭔가 밋밋한 맛이다. 양송이버섯이 없어서 대체한 느타리가 문제일까? 브로콜리를 대신에서 넣은 시금치가 문제일까? 실험 정신이 강한 아빠 덕분에 마루타가 되었다.
한소끔 덜어주고 남은 소스에 우유를 붓고 육수 코인을 더해서 다시 끓여 내어 본다. 맛이 돌아오고 있다. 역시 레시피는 지켜져야 한다. 크림을 쓰지 않아 꾸덕한 맛이 덜하다. 맛살로 인해 간을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간은 안되고 맛살 특유의 맛만 남음)은 역시 육수 코인으로 해결된다. 도전도 좋지만 지킬 건 좀 지키자. (면이야 에드워드 권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다. 끓는 물에 10분..!! )
그래도 컸다고 묵묵히 먹어주는 딸아이에게 괜히 고맙고 미안하다. 아들내미는 밖에서 먹고 싶다고 찡찡대다가 한 그릇 다 먹는다. 저녁에는 먹고 싶다던 마라탕을 대신에서 마라샹궈를 시켜줬다. 아들내미는 꿔바우로를 시켜주고.. 아.. 여기도 잘못된 판단인가.. 딸내미는 그저 면이 좋은 것뿐이다. 담부턴 그냥 짬뽕이나 먹자..
딸아이가 대뜸 나와선 ,
"아빠 글자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데.."
'그래?' 혹은 '어떻게?'라고 얘기하면 될 것을 이 아빠는 참 별나다.
"글자가 그 사람의 성격의 일부를 투영할 수 있지만 전부가 될 순 없어. 글자는 그 사람이 그 글자를 쓸데의 기분과 태도인 것이지 그 사람의 전체 성격이 될 순 없어."
옆에 엄마도 별나긴 마찬가지다.
"딸아, 글을 읽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생각을 좀 해보자."
이건 뭐.. 대화를 하자고 덤빈 아이에게 대화를 하지 말자고 던진 말이 아닌가. 쭈뼛쭈뼛한 딸아이를 보며 그때서야 분위기 파악한 아빠는 '그래? 그래서 책에선 뭐라고 적혀 있어?'라고 만회해 보려 노력한다. 이놈의 성질머리 하곤...
"딸~ 어디가 마저 얘기해야지~"
"책 가져왔지. 여기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그래 어디보자."
옆에서 엄마도 말을 바꾼다.
"프로파일러도 범죄자의 글자를 보고 심리를 파악한다잖아."
뒤늦은 수습을 잘 이뤄졌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또 지나간다. 오늘 하루 참 왜이래 계속 어긋나는건지..그래도 '아빠~'하며 안기는 딸내미라 고맙다.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해야 할 것 같다. 강하게 키우는 것도 좋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아빠가 급발진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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