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부터 책을 많이 읽어줘서 그런지, 아니면 엄마 아빠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집에 굴러다니는 책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은 책을 잘 읽는 편이다. (물론 게임이 더 재밌지만, 게임은 일주일에 30분!) TV도 잘 안 보는 편이라 영화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집에서 TV가 켜질 일도 잘 없다. 미디어에 굶주린 아이들은 미디어를 보면 하이에나 마냥 호시탐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노린다. 집에서 허용된 미디어는 영어 동화 리틀팍스 30분. 영어학원 어플. 그리고 학교에서 지급한 아이스크림 홈런. 물론 숙제를 완수하지 못하면 할 수 없다. 미디어를 못하게 되는 날에는 대성통곡이다. (이 얘기를 먼저 하는 건 평범한 아이들 중에 하나임을 얘기하는 것이다.)
첫째 아이는 독서에 공을 많이 들인 편이다. 틈만 나면 읽어줬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읽어줬다. 독서 욕구는 가장 마지막에 생기는 거라 항상 잠들기 전에 생긴다. 그래서 딸아이는 새벽 한 시고 두 시고까지 읽어줬다. 책 한 권을 외우던 딸아이를 보며 한글을 깨쳤나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천잰가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범하고 예쁜 아이다. 학업에 시간이 많이 투자되다 보니 예전만큼 독서를 못하기도 하고 미디어에 눈을 뜨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잘 읽는 편이다. 친구들끼리 서로 책 추천도 하곤 한다.
둘째 아이는 누나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누나 하는 건 다 좋아 보였던 아들은 자연스레 책을 따라 읽는다. 그럼에도 기계를 더 좋아했는지, 누나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세이팬을 애정했다. 덕분에 나의 목은 무사한 편이다. 읽어주다가도 CD로도 듣고 세이펜으로도 읽었다. 특정 부분이 좋으면 약간 집착하듯 누르기도 해서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잘 자라고 있는 편이다.
딸아이는 문학 책을 잘 읽는 편이다. 이야기 책을 읽다가 어느새 홈스에 빠졌지만 아빠가 권한 뤼팽이 더 멋지다며 뤼팽을 좋아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뤼팽의 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홈스 시리즈, 뤼팽 시리즈를 섭렵했다. 해리포터도 다 읽었지만 추리소설 쪽이 취향인 듯하다. 하지만 수위가 점점 올라감에 따라 추리 소설이 무서웠는지 여러 문학 소설을 읽기도 했다.
아들은 비문학 책을 잘 읽는다. 마법천자문을 읽을 때만 해도 만화책에 빠진 오버스러운 아이가 될까 걱정했는데 (여전히 오버스럽지만) 카카오프렌즈 시리즈를 읽고 나라에 대해 깨알같이 알려주는 모습이나 실험왕을 읽고 과학 지식을 뽐낸다. 어떤 얘기가 나오면 자신의 지식을 뽐낸다. 정말 사소하고 깨알 같은 지식들을 방출한다. 이런 스타일은 Why책은 물론 <미래가 온다> 시리즈나 온갖 과학, 사회 서적으로 확장된다. 이 성향은 허세와 더해서 아빠책을 호시탐탐 노리는 아이가 되었다. 이해는 못해도 또 읽어낸다. 그리고 몇 자 또 아는 체를 한다. 아빠는 친절하지 못해서 어설픈 지식을 논파해 버리지만...
딸아이는 비문학을 잘 읽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학교에서 사회와 역사를 배우며 자연스레 흥미가 확장되고 있다. 비문학을 즐기는 아들은 누나가 깔깔거리며 읽는 문학책이 궁금해서 들여다보다가 문학에 빠졌다. 독해 문제집을 풀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문학적 해석이 필요한 문제는 누나가 곧잘 풀어내지만 사실 관계를 찾아내는 문제는 아들이 누나보다도 훨씬 잘 찾아낸다. 하지만 문학적 이해는 자주 틀린다.
학교에서 글쓰기를 하면 기발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글을 쓰는 딸아이와 언제 봤는지 호떡 레시피를 장착하고 엄마가 호떡 만드는 것에 훈수를 두는 아들. 개개인의 성향이 독서를 이끌었는지, 처음 시작한 독서가 개개인의 성향을 만들었는지는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의 책을 충분히 채운 뒤에는 자연스레 확장을 시작하는 것 같다. 여전히 딸아이는 대부분 문학책을 읽고 아들은 비문학 책을 읽지만 서로가 서로의 것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편향된 독서에 걱정도 되었지만 채워지지 자연스레 넘친다. 넘치면서 확장된다. 아빠의 역할은 계속해서 책을 사다 안겨주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아앜.. 내 책 사야 되는데... )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독서를 하게 될지 궁금하다. 마주 앉아 같은 책으로 얘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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