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바꾸고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운전을 싫어하지 않은 편이기도 해서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면 졸음운전이 되는 경우는 잘 없다. 졸음이 오면 휴게소에 들러 10분 정도의 단잠을 자면 이내 회복되곤 한다. 최근에는 졸음쉼터도 많아져서 더욱 안전한 운전이 가능해졌다.
휴게소 많이 남았는데도 졸음이 온다면 창문을 여는 것이 가장 좋다. 졸음은 산소 부족도 한 몫하기 때문에 바깥바람을 들이면 정신이 든다. 그리고 음악보다는 라디오, 라디오보다는 예능이 좋다. 음악은 리듬감이 있어서 오히려 잠을 더 부른다. 댄스곡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다. 라디오는 조금 재밌는 얘기가 많으면 좋다. 감동적인 얘기도 잠은 잘 깨기도 한다. 예능은 그냥 틀어 놓고 소리만 듣는다. 예상치 못한 발언과 자지러지는 웃음은 잠을 깨기에 좋다.
잠을 깨우는 또 하나의 카드는 바로 Euro Beat.. 신남의 극치다.
앞에서 음악은 졸음을 깨우는데 큰 효과가 없다고 했지만, 이 Euro Beat는 다르다. 남자에겐 차가, 차하면 또 이니셜 D가 있다. 극적인 레이싱마다 깔리는 유로비트 사운드는 심장을 고동치고 피를 끓게 만든다. 운전 텐션을 올려주는 극약 처방이다. 원래는 이탈리아의 디스코/하이 에너지 장르였는데, 일본에 Euro Beat으로 소개되면서 굉장히 유행했다. 당시 음악에는 Euro Remix도 종종 등장했다. 그래도 이 이니셜 D OST는 참을 수 없다.
오래간만에 신나는 드라이빙을 해볼까 싶어 유로 비트를 소환했다/ Don't Stop the Musit을 시작으로 'Heart Beat', 'Wings of fie', 'Night fever' 같은 주옥같은 노래들이 지나간다. 그런데 도통 신이 나질 않는다. 왜 그럴까?
차가 너무 조용했다. 엔진음이 전에 차처럼 들리지 않는다. 속도감이 없다. 그리고 브레이크 잡을 때 생기는 언더와 커버를 돌 때의 쏠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차가 너무 좋아진 건가. 심장이 쿵쾅거리질 않는다. 이럴 수가..
요즘은 주행 보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긴 주행 길에는 어댑티브 크루저를 사용한다. 알아서 거리도 조절하고 핸들도 돌려준다. 근데 도무지 내 차 같지 않아서 이내 스스로 운전한다. 부드럽게 가속하고 줄이 고를 좋아하는데 정해진 속도에 맞추려고 부웅~하며 가속하는 것도 맘에 들진 않는다. (편하긴 해도)
그래도 액셀을 밟고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운전하니 그제야 내차 같다. 그냥 편하게 타면 되는데 뭔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불편한 것이 나답다. 그래도 차량이 많아 정속 주행이 필요하면 꽤 편한 기능이라 최근에는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유로비트에 심장이 뛰질 않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뭔가 소중한 뭔가를 빼앗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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