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일상

슥삭슥삭 욕실 청소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16. 18:35
반응형

https://yuhanrox.co.kr/white_paper/132495

  기숙사 욕실은 보통 엉망진창이다. 그곳에 나름 깔끔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면 들어설 때부터 긴장해야 한다. 기숙사는 집과 달라서 거의 잠만 자는 곳이라 잠자는 주위만 깨끗한 편이다. 그래서 기숙사에 입실하는 날은 청소하는 날이다. 그렇게 깔끔하지 않은 나조차도 기숙사 욕실에 들어서면 욕부터 나온다. 출장자 기숙사나 임원 기숙사는 좀 낫다. 정기적으로 누군가 와서 청소를 해준다. 기숙사의 상태는 손댈 수 없는 지경과 그나마 견딜만한 상황으로 나뉜다. 짐을 풀 새도 없이 마트로 가서 욕실 청소 용품을 산다.

  주말부부 이후로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잘 안 하는 나지만, 두고 볼 수 없다. 공용으로 사용하면 치우는 사람만 치우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단톡방에 버럭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깨끗하게 치워 놓으면 조심하게 된다. 쓰레기 투기를 하는 장소에는 CCTV 보다 꽃밭이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기숙사는 방에 딸린 화장실이다. 2인실인데 베트남 친구가 고향으로 돌아가고부터는 혼자 쓴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서 기숙사 화장실은 대충 치우기 일쑤인데.. 아내가 청소 좀 하라고 한다. 퇴근길에 다이소에 들러 솔과 락스를 산다. 그리고 오랜만에 솔질을 한다. 청소는 힘들지만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주말에 올려놓은 변기 뚜껑이 내려가 있는 걸 보니 다른 방 사람이 와서 썼나 보다. 깨끗한데 쓰고 싶겠지..

 

반응형

  새 부릉이를 탄지도 3주 차.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를 달려 궁둥이가 더러워졌다. 주말에 세차를 하려고 했는데 결국 세차 용품을 싸들고 왔다. 회사 근처에 세차장을 검색하니 가까운 곳에 있다. 오늘은 세차장 가는 날로 정했다. 평소 9시나 되어야 회사를 나서는데 7시 반이 채 되지 않은 시간 회사를 나섰다. 오랜만에 세차를 하려니 귀찮지만 새 부릉이를 아껴줘야지. 

  세차장에 들어서니 불이 다 꺼져있다. '이렇게 빨리 닫는다고?' 그리곤 다른 세차장을 검색했다. 2.7km. 갈까 말까 망설이며 얘기한다.

'아리야~ 셀프세차장 찾아줘.'

  아리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기숙사랑 반대 방향이다. 갑자기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아리의 안내를 취소하고 기숙사로 향했다. 주차를 한 뒤, 유리 세정제로 창문만 닦아줬다. 운전할 때 가장 방해가 되니까. '주말에 하자'로 결심하고 기숙사로 향했다.

  해소하지 못한 세차 본능이 욕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욕실 청소해볼까 싶다. 욕실 문을 열고 락스를 마구 뿌린다. 마치 물총 싸움을 하듯 얍얍~ 쏜다. 그리고 문을 닫는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20분가량 한 뒤 락스 냄새 진동하는 욕실로 돌격한다. 분노의 솔질을 한다. 솔은 구분해서 쓰라는 아내의 말에 따라 세면대 솔, 바닥 솔, 변기 밖 솔, 변기 안 솔을 바꿔지며 세차 욕구를 푼다. 청소를 끝낸 뒤 그대로 샤워에 돌입했지만 눈앞에 거울이 거슬린다. 또 락스 세례를 쏟아낸 뒤, 수세미로 슥슥 닦아 준다.

  뿌옇던 거울이 너무 깨끗해져 바라보는 내 모습이 살짝 부끄럽다. 아닌 척하며 "이야~ 깨끗하네' 하며 욕실을 나온다. 나오며 마주한 바닥의 먼지를 걸레질로 해치우고 엎드려 책을 읽는데 락스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 뒀는데도 난다. 그래도 잘 빠지지 않는다. 잘 시간이 되어 창문을 닫고 잠에 든다.

  새벽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해서 책을 펼치는데 락스 냄새가 난다. 손에서 나는 것이었다. '하아~' 다음부터 욕실 청소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해야겠다.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락스 냄새.. 오늘 밤엔 괜찮아지겠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