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자기 계발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 을유문화사

야곰야곰+책벌레 2023. 1. 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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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되면 자신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여러 책들이 있다. 구본형이라는 사람을 만난 뒤로는 이 분만큼 마음을 끄는 이는 없었다. 한국의 피터드러커라는 별명도 있지만 냉철함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좋다. 돌아가신 지 올해로 10주기다. 올해도 가슴의 흥분을 느껴본다.

  수많은 동기부여, 자기 계발 서적이 있지만 여느 책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작가는 이끌어 낸다. 시대를 함께 견디며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일까. 최근에 쏟아지는 '~ 해야 한다'라는 정답지 같은 책들과는 그 결이 다르다. 독자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압박감을 받는다는 느낌보다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신묘함이 있다. 내가 나를 위해 2시간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실천하는 것도 저자의 걱정이 나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약간의 흥분이 있어야 한다. 흥분이 있으려면 욕망이 있어야 한다. 삶을 뛰게 하는 건 어쩌면 욕망일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악당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만 우리는 타인에게 영혼을 팔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꿈, 나의 신념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살아간다. 적당한 보상에 내 삶을 팔고 있다. 타인의 삶으로 가득 찬 나의 인생은 죽어 있다. 그 속에서 가슴이 뛸 수 없다.

  나는 나를 경영해야 한다. 나는 나만이 혁신할 수 있다. 내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은 환경의 변화일 수도 해석의 변화일 수도 있다. 나라는 기업의 비전과 신념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곧잘 하는 말이 있다. 

  "시키는 일 하기 싫지? 하라는 말 듣기 싫지? 그럼, 듣기 전에 먼저 하면 돼."

  이 말은 회사에서도 유효하다. 상사가 시키기 전에 이미 시작해 버리면 나는 나의 의지로 하는 일이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하는 게 아닌 게 된다. 주도권. 그것은 의지와 타이밍의 문제다.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면, 나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면 서둘러 변화를 주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먼저 해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고객에게 나의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라는 공동체에 나를 숨기곤 있지만 회사와 나의 관계는 어쩔 수 없는 비즈니스 관계다. 서로가 원하는 가치를 채워주지 못하면 안녕이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성공에 취하면 안주가 시작된다. 멈춰버린 돌은 다시 굴리 쉽지 않다. 그것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더더욱 힘들다. 기업은 잘 나갈 때 다음을 도모해야 한다. 개인은 벌이가 괜찮을 때 자신의 가치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남의 꿈을 위해 허벌나게 쫓아다니다가 가치가 떨어져 쫓겨나게 되는 것을 남 탓만을 해서는 안된다. 비즈니스는 의리로 하는 게 아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로 결정되는 것이다.

  변화는 모호하다. 지금 눈앞의 확실한 이익을 두고 먼 미래의 알 수 없는 것을 위해 몸을 던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변해야 하는 쪽은 남의 꿈만 돕고 있는 조력자들이다. 이들은 가난하고 불안하다. 기득권은 변화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장기전으로 만들고 뒤흔든다. 혁명은 그렇게 밥벌이에 밀려 회귀한다. 그리고 체화된다. 세상의 꿈은 기득권의 것이고 가난한 자는 계속해서 남의 꿈만 살다 죽는다. 그래서 혁명은 짧고 강렬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인생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어야 한다.

  삶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두 번째 인생'에 관한 책이나 강연이 많다. 그들은 하나 같이 가슴 뛰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사실 인생 2막은 부양할 가족들도 독립을 시작함으로 벌이게 크게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 오랜 시간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잘하고 싶지만 못하는 일은 인연이 아닌 일이며 잘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 또한 슬픈 일이다. 회사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 확언을 하라는 책들이 쏟아지는 것이다. 어느 강사님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는 아이의 담임에게 하나만 부탁했다고 한다. 아이가 혹시 백점을 받게 되면 아이들 앞에서 크게 칭찬해 달라는 것이었다. 딱 한 번만 그렇게 해주십사 했다고 한다. 아이는 어느 날 산수를 백점을 받았다. 어렵지 않은 시험이었다. 하지만 담임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때부터 아이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 자신의 생각, 주변의 반응은 자기 확신이 된다.

  열정의 불꽃은 매일 태워야 한다. 힘들다고 조금만 미뤄둬도 불씨를 되살리는 일은 어렵다. 하루를 22시간처럼 사용하라는 구본형 작가의 말을 나는 깊이 간직한다. 나머지 2시간은 무조건 내 삶을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내가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한다. 나의 가치에 대해 나의 욕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구본형 작가의 책 중에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개인이 읽으면 좋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초반부에는 기업과 정치에 관한 얘기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혁신전문가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대목에서 연신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바라는 기업 그리고 그 속의 나의 모습을 수정해 가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나의 회사가 지금 얼마나 엉망진창인지도 알 수 있게 해 준다.

  혁명은 개선과 다르다. 적은 많고 아군은 적다. 지금의 이익을 지키려는 수많은 것들과의 전쟁이다. 불타는 배 위에서 좌절하고만 있을 것인가? 수영을 하지 못해도 갑판을 달려 바닷속으로 뛰어내릴 용기도 필요하다. 살 수 있는 가능성 0%에서 1%로 올리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그것이 가능케 하는 것은 신념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빅토르 프랑클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상에 알려야 할 것이 있어서였다. 이것을 감히 신념이라고 얘기해 본다. 실제로 그는 3대 심리학자 이후 최대의 성과라고 불리는 <의미 치료, 로고테라피>의 창시자다.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의미를 찾아낸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수많은 긍정 심리 치료의 근간이 되었다.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부조리함이 가득한 사회생활이지만 주도권을 자신에게로 되돌리는 일,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일 그리고 가슴 뛰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제와 똑같이 행동하면서 어제와 다른 오늘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정신병자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지금의 오늘은 먼 미래의 오늘을 바꾸기 위해 돌아온 상태일 수도 있다. 미래에게 오늘의 나는 그들의 미래다.

  약간의 흥분을 잃지 않도록.. 심장이 뛰듯 꾸준하고 일정하게.. 살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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