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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배우처럼 말하고 주인공처럼 산다 (오정훈) - 가디언

야곰야곰+책벌레 2022. 12. 3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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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생활을 하면 기본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쓰기와 말하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일만 묵묵히 해서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닿질 않는다. 직장 내에서도 자기 PR은 중요하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수록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의 회수 또한 증가한다. 보고서는 글쓰기와는 사뭇 다른 면이 있지만 부담스럽진 않지만 말하기는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여러 번 고쳐 쓰기가 가능한 글과 달리 말은 '단판 승부'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에 민감한 사람의 심리가 정말 평가되는 직장에서 말하기는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수많은 연습과 긴장 완화가 도움이 된다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스피치 학원이 드문드문 보이는 이유도 우리 사회에 말하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배우의 연기는 최고 난이도의 스피치인 것 같다. 현직 배우가 말하는 여러 가지 말하기의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말하기가 힘든 이유는 뭘까? 우리는 평상시에는 정말 쉼 없이 떠들어대다가도 막상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말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아마 그것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타인은 나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지만 우리는 매 순간 타인의 눈을 의식한다. 스스로 위축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가면 '페르소나'를 유지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만 보이려는 행동은 자기기만의 행동일 수 있다. 자연스럽지 못한 나를 연기하는 것은 능숙할 수 없다. 나다운 나를 표현하려고 하면 결국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말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고 때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말하기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종류 중에 나는 아마도 '발표와 무대 공포증 극복이 목적인 사람'의 부류에 속할 것 같다. 난상토론은 잘하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주목받은 채 하는 말하기는 너무 긴장되기 때문이다. 방어 본능이 강한 은둔형은 이렇게 방호가 없는 벌판에 서 있는 것이 두렵다. 완벽한 자기 방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긴장하면 호흡이 불규칙해진다. 끊어 읽기를 실패하고 숨이 찬다. 성대는 좁아지고 약간의 하이톤이 되며 떨리는 음정은 듣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한다. 자신의 호흡을 느껴보는 훈련은 그래서 필요하다.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라 늘 부러움이 있지만 저자는 좋은 목소리는 내 생각을 나다운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목소리라 했다. 자연스러운 내 목소리는 나만의 매력을 표현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기 때문이다. 성대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진동을 느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편안함을 느낀다고 좋은 말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연습은 필요하다. 말하기는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말해야 한다. 1만 가지 이상의 소리를 내는 한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책은 모음 발음, 자음 발음 연습뿐만 아니라 끊어 말하기, 억양 바꾸기 등 말하기의 여러 측면을 다룬다. 

  말하기는 구어체로 해야 한다. 그래서 연습 지문은 모두 영화 대사나 수상 소감문 혹은 '세바시' 같은 강의 프로그램을 인용한다. 문어체로 말하면 어색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연기자들의 스킬을 분석하며 최상의 연기자들은 어떻게 말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영화 지문이라 재밌고 특히 봤던 영화의 경우는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올라 따라 읽기가 조금 더 수월한 면도 있다.

  본인의 노하우를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역시 연습해야 실력이 늘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직접 배울 수 있다면 분명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심'은 연습할 때 끝내고 실전에서는 자신을 100% 믿어줘야 긴장은 설렘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준비를 많이 했을수록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즉흥적인 말하기는 오랜 시간 다뤄온 자신만의 영역에서도 가능하다. 연습은 자신을 믿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말하기가 고민인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기대한 책이었고 좋은 내용이 많았다. 말하기는 결국 많이 말해봐야 하고 현장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기에 책 한 권으로 갑자기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연습할 수 없으니 하나씩 연습하고 적용해 보며 나의 말하기도 개선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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