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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용 (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1. 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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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코스모스>로 익숙한 칼 세이건의 자취를 쫓다 보니 어느새 이 책에 닿았다. 인문학 책들과 다르게 과학서적은 새롭게 나오는 책들을 찾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사실을 읽는 것은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는 오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06년에 초판을 발생한 이 책을 그것도 천문학자가 얘기하는 인류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읽는 것이 괜찮을까.

  사실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칼 세이건이라는 믿음으로 구매했고 읽어 나갔다. 그런 믿음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고, 과학자이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그였기에 사실 관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의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과학적 접근이랄까. 그의 폭넓은 관점은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며, 아니 지금의 시대야 말로 진정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류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고 하지만 천문학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우스운 얘기일지도 모른다. 우주력에서 인류는 마지막날에 태어났다. 인류가 기록을 시작한 역사를 가진 기간은 우주력에서 고작 10초에 불과하다. 세상은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는 칼 세이건의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인류가 글로 기록되지 않은 우주의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생물학은 물리학보다는 역사학에 가깝다. 진화는 발전이라기보다는 재배치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간은 1000만 년이 걸릴 만큼 길다. 인류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전자에 새겨진 진화의 속도로는 이제 어림도 없다.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인류는 새로운 진화를 시작하였다. 과학은 인간 진화의 새로운 DNA가 된 것이다. 

  인간 진화는 분자생물학과 화석의 증거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인류 진화에 대해 설명하려면 뇌의 진화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굉장히 신중한 문제이면서도 흥미로운 문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같은 유전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 40억 년 전 최초의 생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후손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 뇌의 위치는 중요하다. 뇌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 조직이다. 뇌의 각 부분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능력을 대치할 수 있기도 한다. 이는 뇌 연구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복되는 기능과 포착되지 않는 행동들로 인해 우리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건 아닌지도 유의해야 한다.

  인간은 진화는 완벽한 언어 구사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서는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만일 다른 동물도 자신만의 언어나 문화를 사용하게 된다면 인간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실제로 많은 동물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을 한다. 인간처럼 소리로 소통하지 않아서 그들에게 언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인간 중심적인 사고다. 하지만 인간만큼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인류를 찾아올지도 모를 고등한 생물 또한 언어로 대화할 거라고 단정하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진화를 통해서 뇌는 꿈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파충류 이후에 일어난 중요한 진화다. 분명 꿈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꿈의 기능은 깨어 있을 때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다. 조류는 1초 정도의 꿈을 꾸지만 포유류를 꽤 긴 꿈을 꾼다. 꿈은 생존에 있어 굉장히 취약한 기능인데도 진화를 통해서 발생했다. 잠을 전혀 자지 않는 생물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류는 잠을 잔다.

  잠은 포식자들이 날뛰던 시간에 숨죽이며 지내다가 더 높은 효율을 위해 잠이 생겨 났다는 생각은 재밌었다. 그리고 밤이 깊을수록 꿈은 점점 오래된 기억의 소재를 가져온다. 1차적으로 하루의 경험을 통합하고 신경 세포를 연결하는 작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일들을 마친 뒤 더 정서적인 때론 기괴한 꿈이 요동친다. 깊은 꿈 속에서 용은 우리 뇌 속에서 꿈틀거린다. 꿈은 초자아에 의해 억제된 의식과 무의식을 해방시킨다. 꿈이 현실적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다르게 해석하면 우뇌가 좌뇌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말한 시스템 1이 날뛰게 되는 것이다. 우뇌는 언어적 능력이 없다. 그래서 프롬은 직관으로 불리는 우뇌의 통찰을 "잊힌 언어"라고 했다. 좌뇌의 통제하에 놓은 오른손은 이런 혜택을 많이 받았다. 인간의 언어는 대부분 오른쪽에 편향되어 있다. 오른쪽은 긍정과 신뢰의 단어가 포진하고 있다면 왼쪽은 약함과 사악함 등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우뇌는 좌뇌에게 불만이 있어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무능력함이란 슬프다.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어서 대체로 불리하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면 돌연변이의 능력이 필요해진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데 인간의 교육은 파충류 수준의 관습적인 교육이다. 이미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는 이것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인류는 수많은 어려움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사고가 필요하다. 지식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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