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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피터 스콧 모건)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2. 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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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읽은 <죽음이 물었다>와 정반대로 이 책은 살아갈 권리에 대해 얘기한다. 살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린 선택지에서의 선택이 진정한 선택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살기 위해 노력할 선택지와 죽음의 선택지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존중할 만 하지만 희망을 잃은 '죽음'만의 선택지는 그 자체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무기력한 선택지 앞에서 많은 환자를 대신에 병에 저항하기로 했다. 그것은 신약이나 치료법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 질병에 저항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로봇은 인간에 맞춰 발전해야 하며 상호 공존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하는 자전적 글을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피터 박사는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저는 성소수자로 소위 '게이'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세상의 편견과 싸워왔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깊은 사랑의 상징인 프랜시스가 함께 였다. 이성의 부부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지가 되고 헌신하고 지지하는 둘의 모습에서 죽음의 벽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맞설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병을 알게 되는 과정을 챕터마다 교차하며 서술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독자에게 납득시킨다. 그리고 MND(운동신경질환)을 앓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병이 진행되며 신체의 운동 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기도가 막히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를 상상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신체가 기능을 잃어버리기 전에 신체를 변경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병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중증 환자'라는 낙인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늦어져 버린 수술은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MND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그저 죽음에 이르기까지 방치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고 자신 또한 그렇게 살고 싶었다. 평균적으로 2년을 더 살 수 있는 질병. 그는 산송장으로 죽어가는 대신 처절하게 싸울 것을 다짐했다.

  그가 과학에 희망을 가지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타협하지 않고 변하기로 다짐했다. 누구보다 많은 영양분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술을 진행했다. 잃어버릴 목소리를 대비해서 딥러닝으로 목소리를 학습시켰다. 표정을 위해서 아바타를 만들었다. 그는 매 순간 생에 마지막 일들을 해내고 있었고 그렇게 생애 최초의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병으로 인해 자기 몸에 갇혀버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것을 버려가며 탈출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진정한 사이보그가 된다면 세상 그 누구보다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인간이 자유로워졌으면 했고 자신이 기니피그가 됨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의 운명에 저항한 강인한 정신적과 인류애에 대한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지만 더 나아가 그가 제안하는 AI에 대해서도 감동 깊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을 배제한 AI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그것이 윤리적인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AI는 결국 인간과 함께 상호 보완의 길을 걸어야 한다. AI가 길을 잃어버려 지금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기술의 발달에 인간은 배제될 수밖에 없고 돌이킬 수도 없다고 했다. 

  기술은 인간을 구할 것이라는 것의 생각은 기술이 인간의 뇌를 따라올 수 없다면 인간이 기계가 되는 편이 맞는 방향이 아닌가 주장한다. 몸에 갇힌 인간을 자유롭게 해주는 기술. 그것은 어쩌면 사이보그 그리고 가상공간으로의 딥 다이브가 아닐까 싶다. 그런 기술이라면 식물인간도 몽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은 한 사람의 성소수자의 얘기이기도 세상을 바꾸려는 괴짜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한 명의 창의적인 로복 공학자의 이야기도 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아마 사이보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받았던 설움을 겪지 않기 위해 사이보그에 대한 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단순한 장기 이식, 인공 뼈만으로도 사이보그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평범한 시술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뉴 노멀은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피터 3.0을 꿈꿨지만 2.0을 진행하다 세상을 떠난 그의 이야기는 분명 앞으로의 사이보그 세상에서 역사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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