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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목소리에 관한..

야곰야곰+책벌레 2023. 1. 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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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17693579#home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읽기를 하고 허무해지지 않기 위해 시작한 독후감 적기. 조금 더 멋지게 얘기하면 리뷰 혹은 서평이라고 불릴만한 글은 아니지만 타인들은 서평이라고까지 얘기해 준다. 글을 내보인다는 것은 나에게는 크게 거부감이 없지만 말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목숨이 사라지는 듯 숨이 찬다.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그렇게까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모르는 사람 혹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럽다. 

  나는 왜 말하는 게 어려울까?

  혼자 있길 좋아하는 나는 기본적으로 아웃사이더다. 항상 중심에 있는 무언가를 탐하기보다는 남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서태지가 처음 데뷔했을 때 그랬고 모두가 좋아할 때 소원해졌다. '발해가 꿈꾸며', '필승' 그리고 솔로를 내었을 때, 대중의 시선이 따가울 때 그가 좋았고 옹호했다. 주인공 보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좋았다. 남들이 기피하면 내심 한번 더 쳐다보는 이 감성을 '마이너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 <타요타요>를 보면서 유독 견인차 '토토'를 좋아했던 딸아이는 나의 성향을 닮았을까. (생일 선물로 토토 찾느라 힘들었네.. 카카오 프렌즈도 콘을 좋아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희소성의 노예인가.

  사람 앞에 서는 것도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더 팔릴 쪽이 없으면 당당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하냐. 그래도 교육 시간에 발표도 자처해보고 해도 쉬이 나아지질 않는다. 은둔형 아싸에게 눈동자는 너무 힘든 존재들이다.

  목소리가 독특하다고 인지한 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였던 것 같다. 약간의 하이톤은 집안 내력인지 (형도 조금 하이톤) 아니면 여자 가수 노래만 유독 좋아했던 나에게 오다 만 변성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의식적으로 저음을 만들어낼 순 있지만 왠지 내 목소리 같진 않다. 김동률 노래 보다 김경호 노래가 편한 나는 락 스피릿~.

 

  지금도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사모님' 그리고 '본인이세요?' 다. 첫 번째는 택배 아저씨, 배달 아저씨와의 통화 때 자주 듣는다. '사모님 집으로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뭐.. 그렇다 치고.. 전화로 이뤄지는 각종 확인 전화에서는 의무적으로 물어보는 건지, 남자 이름인데 여자 말투라 그런 건지.. 100이면 99번은 듣는 '본인이신가요?'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궁금하긴 하다.

  아내와 처음 통화하던 날 느낀  '변태인가?'는 소감은 조금 웃프긴 하다. 대학교 때 친구와 밤늦게까지 놀는 중에 친구의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오면 꼭 오해를 받곤 했다.

'너 지금 누구랑 있어?'

  가끔은 일부러 장난치기도 했다. 그때의 나의 목소리가 그랬나 보다. 

  최근에는 더더욱 말할 일이 잘 없어서 발음까지 뭉개지는 느낌이다. 약간 옹알거린다고 해야 하나. 말이 입안에 머문다. 그래서 작년부터 꾸준히 일본어 말하기를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데, 친구 분들이 목소리 괜찮다고 해주셔서 꾸준히 올리고 있다. 

  최근에 들어본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허스키 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모님~' 소리는 듣고 있다. 목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말투의 문젠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말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어로 얘기하는 것은 조금 재밌다. 원래 다른 나라의 말을 할 때는 또 다른 억양 또 다른 목소리가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올해는 한국말 '목밍아웃'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보다 그냥 말하는 횟수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용돈벌이도 되면 좋으니까. 계속 말하고 연습하고 다듬다 보면 분명 말투도 좋아질 것 같다. 목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연습. 올해도 용기를 내어 봐야지. 아들러가 얘기하듯 나의 문제를 덮기 위해 목소리를 이용하지 말자. 그저 연습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분명 좋아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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