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심리학

(서평) 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이선) - 심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2. 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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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들면서 그리고 나이가 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소위 치매라고 불리는 질병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이 병은 환자 스스로에게는 자멸감을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에게는 힘겨움을 가져다주는 병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가까이에 치매를 겪는 이가 없어 이들의 깊은 고통을 느껴 보진 못했다. 간병인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나지만 이 책은 궁금했고 그리고 이 책은 객관적이면서도 온기가 있는 책이었다. 늙어가면 망각의 능력이 강해진다. 꼭 치매가 아니더라도 늙어감과 잊어감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부정하고 싶은 질병이면서도 가까이 있는 질병인 치매. 적어도 그 질병에 대해서 객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 책은 푸른 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병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우리는 종종 부정적인 편견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저 피하고 싶은 심리만 가득하다. 치매는 그런 면에서 환자 본인에게는 스스로가 무너지는 모습을 버텨내야 하는 것이기에 쉬운 질병이 아니다. 그리고 간병인에게는 더없이 힘든 질병이다. 24시간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저자의 의도가 곳곳에 묻어 있다. 저자의 가족들도 모두 치매를 겪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물론 동반자까지 이 질병을 앓았다. 치매는 분명 고된 질병이 맞지만 환자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치매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모멸감이기 때문이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감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해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관심'의 영역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의 질병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우리의 뇌는 시스템 1과 2가 존재한다. 시스템 1은 만들어진 패턴대로 즉각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에 반해 시스템 2는 사고하게 만든다. 치매는 바로 시스템 2가 망가지는 병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인간의 기억 중에 경험 기억보다 사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지기 때문에 어린 시절 배웠던 언어와 행동은 기억한다. 그리고 태초부터 본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즉각적 행동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성은 사라지지만 감정은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인용은 소설 <에바>의 문장은 이 책에 전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병이 아니라 병을 대하는 방식이야."

  치매로 불리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의 질병이 알츠하이머다. 그리고 각 병명에 따라 정확한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 잘못된 치료제 사용은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흔한 질병에는 크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치매는 치료보다 질병과 함께 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는 편이 더 중요한 것이다.

  치매 환자들의 대부분의 행동 패턴은 본능에 가깝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안정감을 느끼기 위함이고 의미 없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병을 들키지 않으려 함이다. 화를 내거나 오히려 조용한 행동들은 감정을 주체할 수 있는 사고 능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며, 기억이 사라짐으로써 예전에 겪었던 나쁜 기억 속에 갇히기도 한다. 치매는 삶을 거꾸로 살아가야 하는 질병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릴 때 많은 공부를 해 놓을수록 기억이 더 오래간다는 학설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국은 자신마저 잃어버리고 세상을 떠나게 되겠지만 기억의 조각이 많을수록 그 시간은 더 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하자라는 의지가 불타기도 한다.

  책은 치매 환자를 대할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읽다 보면 꼭 치매 환자에 대한 얘기는 아니었다. 멀쩡한 나도 이렇게 대해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이렇게 사는 사람에게 너무 고마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공감대는 더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볼테르의 말도 다시 생각해 본다.

"거짓은 고통을 줄 때에만 죄가 된다. 유익하면 큰 미덕이다."

  '진리는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 

  '1리터의 눈물'의 주인공 킷토 아야의 병명은 척수소뇌변성증(SCD)이다. 이 병은 치매와 달리 사고는 그대로인데 몸을 움직이는 기능이 점점 저하되어가는 병이다. 말이 어눌해지고 움직임은 둔하다. 병원에서 인턴들이 주인공을 어린애 다루듯 하며 지나가자. 주인공 남자 친구가 "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의사를 하려고 하냐"라고 따지듯 묻는 장면이 있다.

  치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고가 정지되고 있지만 반대로 감정은 점점 더 섬세해진다.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상처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랜 시간을 두고 싸워야 하는 병들은 환자와 간병인 모두가 지치고 상처받기 쉽다. 막상 닥치게 되면 눈앞에 깜깜할지도 모르겠지만 미리 읽어두면 조금은 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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