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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들러 심리학 나쁜 기억 세탁소 (고현진) - 바이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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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들러의 심리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을 현재에 둔다는 점이었다. 프로이트의 트라우마로 설명되는 과거의 상처는 현재의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어나버린 일이기 때문에 영원이 풀 수 없는 숙제가 되어 버리지만, 아들러의 경우는 현재의 내가 기억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 점이 좋았다. 아들러는 자신의 이름이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늘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얘기했다. 그의 제자들이 그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최근에는 '아들러 심리학'이라고 불리지만 개인적으로는 '용기의 심리학'이 좋다.

  기시미 이치로 교수를 제외하면 잘 발간되지 않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이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움받을 용기'로 더 유명한 아들러 심리학은 생각보다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 그 자체보다 여러 분야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융과 함께 3대 심리학자로 회자된다. 초창기 프로이트의 토론회에도 참석했지만 결이 달라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나 아렌트와도 토론을 하곤 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둘의 심리학에 교집합도 존재한다.

  이 책은 생각보다 쉽게 쓰여 있다. 아들러 심리학의 대표 키워드인 '자기 수용', '타자 공헌', '라이프 스타일', '공통 감각' 같은 내용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풀어서 설명하기에 어떤 분인가 했더니 아들러심리코치협회 이사를 지내고 계신 분이다. 책 내용이 꽤 괜찮은 반면에 제목은 '미움받을 용기'처럼 사로잡는 면이 없어서 아쉽다. 아들러에 '용기'라는 단어는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개인적 기분도 포함해서..

  인간은 완벽해지길 원한다. 그것은 불안에 빠지지 않기 위한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런 이상과 현실의 갭을 '열등감'이라고 얘기한다. 열등감은 더 이상적인 나를 향해 가는 원동력으로 원래는 좋은 단어다. 문제는 이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서 방어적 행동을 하는데 이를 '열등감 콤플렉스'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원인이다. 완벽하지 못한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부정'은 치명적이다.

  인간은 불안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게 되었다. 공동체의 호감도는 사냥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냥을 한 것을 잘 나눠주는 사람이었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됨으로써 나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것을 '타자 공헌'이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되면 오직 남들의 인정만 갈구하고 된다. 남에 의한 나만 있을 뿐, 진정한 나는 사라지는 것이다. 사회는 이런 '타자 공헌'을 바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또 나누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종족의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다. 이를 '공통 감각'이라 한다. 

  우리는 꽤 어릴 때 우리의 삶의 패턴을 만들어 간다. 보통 4세 전후로 만들어지는데 너무 어린 시절에 만들어져서 어떤 패턴인지 어떤 기억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아렌트는 이를 '내면의 우는 아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했고 그 시절에 좌절했던 기억을 그대로 지니고 살지 않아도 된다. 패턴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기억은 컴퓨터처럼 정확하지 않다. 사실에 감정을 덧대어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나쁜 감정에 덧씌워진 기억이 우리의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논픽션이면서도 픽션이다. 현재의 나를 위한 기억이 주도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아들러는 '목적론'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개에 물린 기억이 있어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그 기억을 지속적으로 더듬다 보니 개를 물린 자신을 구하고 치료하던 이름 모를 아저씨가 생각났다. 나빴던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바뀌면서 그 상흔이 희미해져 간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은 꾀병이 아니라 진짜 아픈 거다. 자신의 목적에 의해 몸이 반응해 주는 것이다.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도 옛날의 기억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 모두가 폭력적이지 않다. 나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서 이렇다고 얘기하는 것 또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억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이런 사고방식 덕분에 아들러 심리학은 육아서에 자주 사용된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주고 자신을 사랑하는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주는데 중요하다. 칭찬은 때론 가스 라이팅이 되기도 하고 때론 수치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칭찬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문장으로 해줘야 한다는 것 또한 언급된다.

  개인적으로 기시미 이치로 교수의 책을 좋아하지만 한국 사람이 적은 책이면서 입문서로 적당하도록 잘 적혀 있었다.  아들러가 원했듯 아들러의 이름이 지워지더라도 용기의 심리학이 알게 모르게 전해 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들러에 이름을 달고 있는 책을 또 하나 알게 되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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