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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침묵의 지구 (데이브 굴슨) - 까치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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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먼 미래를 살피는 일을 그렇게 능숙하게 해내는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기후 위기>가 한참 이슈인 지금의 순간에도 대부분의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 또한 조금 걸으면 될 것을 차를 이용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매하고 위해 쇼핑몰을 기웃거린다. 환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쳐도 혀만 차고 남들의 비판에 좋아요를 누를 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할 께 없으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는데 그 정도의 적극성도 없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쓴지도 반세기가 흘렀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져 버린 농약과 비료의 사용이 기후 위기 이상으로 인간의 멸종을 가속화시키는지 얘기하는 이 책은 까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곤충과 함께 하는 삶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던 나는 수많은 곤충들과 함께 였다. 방학 숙제는 늘 곤충 채집이었고 드문드문 식물 채집도 했다. 나무에 올라 매미를 잡고 여러 종류의 잠자리와 장구벌레, 물방개 등도 늘 함께 였다. 흙놀이를 하면 지렁이와 함께 도롱뇽, 하늘 강아지도 있었고 냄새나는 방귀벌레도 있었다. 몰론 모두 맨손으로 가지고 놀았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녀석들로는 지네나 쉰발이(돈벌레, 그리마) 그리고 아름다운 색으로 치장한 거미들이 있었다. 밤이면 엄청난 수의 하루살이와 나방 그리고 날파리들이 달려들었고 그 아래엔 여러 마리의 두꺼비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불과 20-30년 전의 일이다. 하늘에 별을 다 헤아리지 못한 채 평상에서 누워 잠든 별이 안 보이게 된 만큼 곤충들도 사라졌다. 

  바퀴벌레만 기겁하는 아내나 산속 펜션에 날아더는 풍뎅이에 벌벌 떠는 다 큰 어른들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곤충과 떨어져 사는지 알 수 있다. 집안에 모르는 사람이 불쑥 찾아온 듯한 공포와 비슷하지 않을까. 벌레를 손으로 잡아 밖에다 놓아주면 나를 무척이나 용감한 사람처럼 바라본다. 어릴 때 늘 함께 놀든 벌레 친구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아는 나는 그 시선이 조금 이상할 뿐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공감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주거지의 도시화 때문이다. 도시는 곤충이 살기 힘들뿐더러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은 해충이 살아가기에 더 좋다. 원시림에는 모기가 번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놓은 많은 물웅덩이들은 이들의 번식을 증가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잡기 위해 뿌려대는 살충제는 더 많은 곤충들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잠시 줄었던 해충은 천적이 사라져 더 많이 번식하게 된다. 먹이 그물의 불균형은 생태 시스템의 파괴를 가져 오지만 인간은 그다지 체감하지 못한다.

  인간이 먹이 사슬에서 배제된지는 오래되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직접 기르거나 사냥하지 않는다. 게다가 조리를 하지 않는 인간도 많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되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먹이 사실밖에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인간이 생태계의 그물망에 관심이 적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연의 복잡함을 계속 임기응변으로 막으려고 한다. 하나의 해충을 막기 위한 조치는 수많은 사슬들을 끊어버린다. 하나의 식물이 멸종되면 식물에 의존하는 곤충들도 모두 멸종된다. 곤충이 별종 되면 곤충을 먹이로 하는 포식자들이 사라진다. 우리는 코끼리나 고래가 멸종하는 것을 걱정하지만 나무나 곤충이 멸종하는 것에는 관심이 적다.

  몇 해 전 벌들이 멸종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생충인지 전염병인지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농약에 의한 멸종이 더 빠를 듯했다. 농약을 코팅한 씨앗은 발화하며 농약을 지니게 되고 그 농약은 꽃까지 전달된다. 벌이 따는 꿀 속에도 농약이 남아 있다. 살균제는 곤충에게는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곤충과 공생하는 많은 균들이 죽어나가며 곤충을 질병으로부터 취약하게 만든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양이라고 광고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수많은 균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장 속에 이런 균의 종류가 줄어들수록 인간의 면역력은 약해진다.

  인간이 지배 종이라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이 사슬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곤충은 관찰한 이래로 70%가 줄어들고 있다. 알지 못하고 측정하지 못한 개체수까지 더하면 90%가 넘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자들을 움직일 만큼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독일은 가장 나아 보인다. 어려서부터 생태교육을 필수로 하는 독일은 오프라인 서명에 200만 명이 서명함으로써 국회를 움직였다. 독일의 집권당은 '보수의 가치는 생태 보호에 있다'라고 까지 말했다. 유권자의 힘이다. 그리고 교육과 관심의 힘이다.

  이 책은 비과학, 유사과학에서 과학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닮아 있다. 무분별한 우주 경쟁 속에서도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것들에 얘기했듯 이 책에서는 우리 주위의 곤충에 대해 얘기한다. 마치 '곤충계의 코스모스' 같은 책이다. 귀 기울이는 사람은 이미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려면 '코스모스' 같은 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

  곤충은 인간보다도 더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생태계는 동시에 변화해야 하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리 따라잡을 수 없다. 기온이 변하는 만큼 서식지를 이동해야 하는데, 인간들이 막아 놓았다. 우리는 베스나 뉴트리아 그리고 황소개구리 같은 것들을 생태 교란종이라고 얘기하지만 지구상의 가장 큰 생태 교란종은 인간이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꼬아놓은 생태 그물은 찢긴다. 인간의 책임을 통감한다면 곤충과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요할 때만 찾지 말고 평소에도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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