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처음 보게 된 건 <클레오파트라>였다. 아내와의 훌륭한 데이트를 위해 나름 VIP석에서 관람했다. 당시에도 지금도 영화에 그렇게 취미가 없던 나는 <시카고>, <캣츠>등을 보러 다녔던 아내에 비하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입문자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세트가 움직일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지만 주연을 맡았던 김선경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이 왜 라이브를 보러 그렇게 큰돈을 주고 오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방에서 뮤지컬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덕분에 티켓 경쟁도 심하다. 그 뒤로 인연이 닿은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30편의 뮤지컬. 그것들의 줄거리와 주요 가사들을 담은 이 책은 리텍콘텐츠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익히 들은 뮤지컬들이 자주 등장하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익숙한 내용들이었다. 시작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인 것이 익숙하기도 해서 친근한 마음도 들었다. 그 뒤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펜데믹 전에 공연하던 유명했던 작품들은 대부분 실려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명성황후는 없었지만.. 지금도 엄청 많은 뮤지컬은 공연 중이다.)
좋았던 만큼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 줄거리를 적고 노랫말을 발췌한 것이 대부분의 구성이기 때문이다. 공연 전에 받아보는 시놉시스보다 빈약한 느낌이다.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QR코드로 보완하지만,) 방구석에서 뮤지컬의 감동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세세한 부분을 캐취 하고 설명하고 추가적인 에피소드가 가미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공해주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쉬웠다.
아마 뮤지컬을 충분히 즐긴 사람들에게 그날의 감동을 되살아나게 하는 힘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뮤지컬을 즐기지 못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안내서 정도의 역할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작품 수를 줄이고 중간중간 눈으로만 즐겼을 때 놓치기 쉬운 '복선'이나 특별한 의미의 오브젝트, 클리셰 등을 곁들어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클래식을 설명할 때 작품의 배경 작곡자의 상황 등을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공연이 활발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뮤지컬의 매력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된다면 이 책에 설명된 작품을 둘러보며 고르면 좋지 않을까? 충분히 좋은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기에,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 장마다 QR코드로 안내된 링크를 살펴보면 뮤지컬을 가볍게 맛볼 수 있다. 걱정 없이 라이브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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