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 비채

야곰야곰+책벌레 2022. 3. 2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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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 만난 또 다른 이방인.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동질감과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 뒤엉킨 주변인으로서의 삶과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한 명은 하버드에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며 추방을 기다리는 듯한 무기력함을 다른 한 명은 택시 운전을 하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지지 않으려는 듯한 투쟁심을 보여준다.

  하버드라는 견고한 울타리 속의 인간이 택시 운전을 하며 추방을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느끼는 심리를 잘 묘사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온 유대인. 튀니지에서 온 아랍인. 둘은 어쩌면 앙숙이어야 할 것 같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적응하는 이방인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추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추방되기를 기다리며 사는 것. 그것은 작품의 주인공인 내게 이집트에서 느낀 감정이었고 미국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칼리지의 상황이기도 했다. 

  그들의 상황은 비상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비상용으로 치부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의 관계도 비상용 우정이었을지도. 하지만 주인공은 칼리지를 겪으면서 그의 삶이 곧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은 칼리지에게 급속도로 빠지게 되면서도 자신은 그와 다르다고 생각하려 한다. 그를 부끄러워하고 그런 자신 또한 부끄러워한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방인들 사이의 공감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자신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려 하는 것이다.

  칼리지가 결국 미국에서 떠나게 되었을 때조차 주인공은 송별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괜한 뜨거운 감정을 보이는 것은 자신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느낌이었을까? 누구보다 칼리지를 좋아했던 주인공은 누구보다 그를 멀리 둔다.

  시간이 흘러 아들과 함께 다시 찾은 하버드에서 칼리지의 흔적을 더듬으며 회상해 보며 마무리한다.

  책을 읽어가며 주인공 설정이 '아웃 오브 이집트'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주인공의 성격도 비슷해서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고 '아웃 오브 이집트'는 에세이, 이 작품은 자전적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집트에서 살았던 유대인이라는 주인공은 너무 닮아 있었다. 

  도입부터 집중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주인공이 칼리지를 어느 정도 마음에 둔 상태부터의 전개는 꽤나 흥미로웠고 주인공의 생각과 심리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애틋함이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문화적 거부감으로 잘 읽히지 않는 영미 소설이지만 이 책은 재미나게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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