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속에서 브랜드가 고유 명사처럼 되어 버린 경우가 있다. 이것이 오리지널이 가지는 진정한 브랜드 파워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번뜩 생각나는 브랜드는 <사이다>, <대일밴드>, <맨솔레담> 같은 것들이 있다. 책에 나오는 <안티푸라민>이라 <가스활명수>도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머릿속에 잡리 잡은 강력한 브랜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 책은 21세기 북스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는 <오리지널스> 같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을 이끌고 있는 혹은 이끌었던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아주 재미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그거 상표였어?'라고 놀라는 것도 있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제품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 <콜라>지 싶다. 콜라는 정말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우리는 콜라는 코카콜라이고 나머지는 펩시콜라, 이마트 콜라, 815 콜라 등 풀네임을 부른다. 그 외에도 정말 익숙한 것이 있다면 <바셀린>, <누텔라>, <지포>, <폴라로이드>, <스팸>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오리지널은 생활과 아주 가깝게 있다. 아마존의 CEO였던 제프 베이조스의 얘기를 빌려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는 제품들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제품이 없던 시절에 생겼다. 이 점은 소위 <운>도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많은 제품은 창업자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시대적 상황도 잘 맞아떨어졌다. 경제 대공황에서 살아남지 못한 기업도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나 미국 남북 전쟁 등으로 엄청난 군수 용품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을 것이다.
<콜라>가 코카인에서부터 시작되어서 몸에 안 좋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마약으로 분류되어 모든 마약 성분은 빠졌지만 여전히 <콜라>의 레시피는 엄청난 금고 속에 있고 세계에서 단 2명만 알고 있다. <누텔라> 역시 무더운 여름날 우연히 만들어진 초콜릿이지만 그 성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콜라> 원액을 공급받지 못해서 고육지책으로 만들었던 것이 <환타>라는 사실은 재밌었다. 그런 지부장에게 인센티브는 안 주고 감사패만 딸랑 남긴 <코카콜라>에게는 화가 났다.
<질레트>나 <포드> 같은 기업은 워낙에 기업 교육자료로 자주 인용되기 때문에 익숙했다. <캘로그>는 반죽을 내버려 뒀다가 바짝 마른 반죽을 버리기 아까워 구워낸 작품인 것이 재밌었고 페니실린 또한 배양접시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고 놀러 갔다 온 연구원의 실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실수들은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혁신적인 제품은 동전의 뒷 면에 있지만 우리는 그 동전을 뒤집기를 귀찮거나 두려워해서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은 27종의 브랜드의 역사에 대해서 서술해 놓았다. 세계 일류인 혹은 일류였던 제품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흥미로웠다. 전쟁을 위해 폭스바겐을 만든 아돌프 히틀러의 이야기에서는 독재자의 잔인함이 유일한 박사의 유한양행 이야기에서는 감동이 있었다.
어렵고 전문적인 브랜딩 이야기 말고 즐겁고 재밌는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은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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