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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애니 장바티스트) - 유엑스리뷰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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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배우님을 남우조연상으로 뽑은 골든글로브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여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세계는 차별을 없애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지만 뒤로는 기존의 차별이 발목을 잡고 앞으로는 효율과 합리성 같은 것들이 가로막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부문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글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이 제품을 디자인하는 방법에 중요시되는 <포용성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은 유엑스 리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까지의 사회는 복잡해져 가는 가운데 더 합리적이고 더 효과적으로 변화기 위해서 '심플함'을 강조해 왔다. 'Simple is Best'라는 말은 유행어처럼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때때로 많은 사람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순함 하면 떠오르는 스티브 잡스 또한 모든 사람에게 편한 사이즈의 폰을 고수한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백인 남성의 평균치였을 뿐이었다.

  자본주의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다윈의 '적자생존'을 좋아한다.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 이런 맹목적 추종은 '사회진화론'까지 생겨나게 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 갈등과 양극화는 필연적인 일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주소비그룹을 focusing 하여 제품을 디자인하고 마케팅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가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떻게 디자인할까?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구글의 디자인 전체가 아니다. 이미 완벽하게 갖추어진 시스템 속에서 <포용성>이라는 큰 명제를 덧씌우는 작업을 얘기하고 있었다. 구글은 이미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팀이 있고 체계화까지 끝난 상태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작업을 진행할까?라는 의문이 사실 들지는 않는다. 구글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고 마케팅 대상 또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위상은 미국의 백인들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구글이 포용성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 또한 포커싱 하지 않은 대상으로부터의 예상하지 못한 수입을 위한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일이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포용성 디자인>은 십분 공감이 되었으나 쓰일 수 있을까라고 했을 때에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이 책의 내용이 회의적이었다기보다는 지금의 환경이 기존 시스템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수준인데 구글의 최신 트렌드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삼성 같은 글로벌한 기업이나 네트워크 망을 이용하는 게임이나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은 1, 2장을 제외하면 포용성 팀을 운영하는 법, 포용성 원칙을 세우고 전파하는 법 등의 실전적인 책이다. 12장에서는 각 분야에서 제품 포용성의 예를 설명한다.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있지만 팬데믹을 기점으로 세계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결합되고 있다. 더불어 여성, 성소수자, 종교, 장애인 등의 소수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제품에서 배제되는 부류는 강하게 항의할 수 있고 이런 목소리는 사회를 거쳐 더 강해져 제품의 존폐를 넘어 회사 경영에까지 미친다. 제품의 포용성은 이제는 필수가 되어 가는 듯하다.

  몇 해 전부터 '공진화'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 생물은 살아남기 위해서 싸운 것뿐만 아니라 서로 연대에서 이겨냈다는 흔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자연은 기본적으로 단순함을 싫어한다. 단일종은 멸종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은 지구의 대표 단일종이다. 산업화, 자본주의, 세계화 등의 영향으로 종의 다양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다양함을 인정하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소수를 위한 기술은 다수에게 더 유익하다는 얘기가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은 장애인들보다 비장애인들이 더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다양성이 존재할 때, 그건 아니야라고 얘기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때 기술은 진보하고 인간의 삶은 더 윤택해질 것이다. 그런 점을 잘 아는 구글이었기에 이렇게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경험자가 책을 내어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양성, 포용성에 대한 중요함은 다른 책에서 더 심도 있게 다루고 있지만 그런 포용성 정책을 회사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꽤 괜찮은 대안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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