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항상 고민이 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해줘야 할까? 였다. 그리고 착한 어린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산타였지만 매년 의무적으로 산타는 선물을 주지 않았나 했다. 하지만 둘째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던 해에 선물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도 편지만 두었다. 첫째인 딸은 회복력이 좋다. 편지 한 장에도 큰 실망이 없다. 둘째 아들은 실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누나가 선물을 받지 못한 것이 자신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나의 심한 기대였던 거다. 사실 둘의 선물은 사 두었다. 그냥 시간을 두고 줄 요량이었다.
산타를 열렬히 믿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예전보다 미디어를 접하는 횟수도 많기도 하기 때문일 거다. 그에 반해 믿는 척하는 아이들도 많다. 믿어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 빠른 아이들이다. 나머지는 부모가 준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산타가 그래도 서양에서 와서 '영어'로 편지를 적어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는 번역기를 사용해 가며 영어로 열심히 편지를 적었다. 다음 날 딸은 '엄마~ A는 한글로 적어줬던데 나는 영어로 적어줬어~'라고 하길래. 산타가 한 명이라면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다 가겠니.. 산타 마을이 있듯이 그곳 사람들은 다 산타야. 어떻게 하다 보니 영어를 쓰는 산타가 왔겠지..라고 둘러댔다. 이렇게 올해 산타 에피소드는 끝났다.
산타를 믿는 아이와 믿지 않는 아이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있는 글이다. 그 속에서도 실제로 산타를 믿는 아이들에게만 산타는 방문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것은 역시 어린이 책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책에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인 <조기 경제 교육>이 좋았다. 조금은 영특하고 마음 씀씀이가 나쁘지 않은 유나의 감정이 너무 재밌고 공감되었다. 조금은 아이 같은 아빠의 모습에서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마지막엔 그냥 귀여웠다. 동화 속 사람들을 모두 선하게 그려 놓은 것이 좋았다.
마지막 이야기인 <모래 놀이터>는 진한 감동이 있다. 선입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으면서도 낯선 사람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해진 사회 또한 이해가 갔다.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아이가 반드시 나쁜 사람이지는 않지만 조금 해서 나쁠 것 없다는 인식은 서로에게 경계를 그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 소년은 누구보다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냈고 그런 따뜻한 마음을 잊지 못하는 여자 아이의 마음에서 그리움과 조금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알지만 행동하기 어려운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감동과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읽었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라 이 겨울에 잘 맞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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