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랑 언제부터 대화가 끊어졌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며느리랑은 얘기해도 아들이랑은 잘하지 않는다. 그저 왔느냐 가느냐 정도였다. 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올 때에도 간다고 전화를 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식이 왔는데도 밖으로 가시는 모습이 너무하다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아빠와 친해지는 방법을 통해 그동안의 오해를 풀어가는 방법을 담은 이 책은 티더블유아이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아버지랑 친해지려고 산 것은 아니다.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을 통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내가 아버지에게 하지 않은 것을 아이들과 하려고 한다는 게 참 모순 같지만 그게 나에게는 최선인 것 같다. 같이 지낼 때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혼자 밖으로 잘 다니시는 모습에 어머니를 더 신경 쓰게 된다. (어머니께도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ㅎㅎ)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살아갈 뿐이다. 이 책은 서먹해진 사이를 녹이는 전형적이 방법이 적혀 있다. 조금의 용기만으로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멈춰버린 마음이 다시 움직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다시 움직인 저자의 모습에 흐뭇함은 가질 수 있다. 비겁하지만 대리 만족이다.
나도 작가와 같은 딸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애들과 조금 멀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사춘기?) 겉돌지 않고 웃으며 잘 기다리는 아버지가 되어야겠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아빠와 친해지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다만 작은 스킬들( 가족사진 찍기)은 생각하고 있던 일이라 앞으로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애틋하면서도 가장 서먹한 가족. 그 모순에 대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라 예전처럼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전화라도 조금 더 자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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