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 시월이일

야곰야곰+책벌레 2021. 8. 18. 20:00
반응형

  재일 한국인 3세의 소설이라고 해서 서평을 신청하려다가 가슴 섬뜩한 제목에 머뭇거려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가끔씩 보이는 광고에서 그냥 지나치곤 했다. 그러는 와중에 시월이일 출판사에서 서평을 부탁하셔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글은 제목만큼이나 섬뜩한 일본 내의 재일교포들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충분히 일본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었고, 실제 관동 대지진 때에 조선인 학살이 실제로 있었다. 일본 특유의 외국인 차별 정책들은 일본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아픈 역사일 것이다. 그리고 재일교포의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면서 알게 된 일본과 한국 사이에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그들의 삶이 안타까웠다.

  글은 파칭코처럼 옛날의 모습을 그리겠구나 했지만 갑자기 등장한 드론으로 '아, 지금의 시대를 이야기 하는구나.' 싶었다. 지금의 시대에도 격한 반한감정을 가진 극우들이 득실대는 일본이니까. 

  이 작품은 이민진 작가의 파칭코와도 이어져 있다. 파칭코가 과거를 얘기했다면 이 책은 현재 혹은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슬픈 현실일 수도 있다. 그만큼 일본 내 재일 한국인의 어려움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어려움이 생긴 것 같다. 재작년에 일본의 수출 금지 조항으로 인해 급격하게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책에서 나오는 에피소드가 현실에서도 불가능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재일교포로서 그들의 삶을 인정 받기를 원한다. 다이치, 박이화가 스토리를 끄는 두 명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선명이나 신군 등의 인물들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박이화는 한국으로 귀화했지만 SNS 활동을 통해서 지워지지 않는 Web 속에 아카이브 하여 역사를 만들려 한다. 반대로 다이치는 대중들을 아연 질색할만한 이벤트로 대중과 승부를 보려고 한다. 박이화는 온건파, 다이치는 강경파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 둘 사이를 묘하게 이어주는 선명의 역할도 주요했다.

차별이란, 바깥 공기와 접촉했을 때 비로소 악취를 띤다.

    재일교포들은 항상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해왔다. 일본에서는 조센징이라는 억압을 한국에서는 북한 인민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으며 양 국가에서 버림받아왔다. 일본의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도 그들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작가는 일본 내의 혐한을 얘기하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 차별도 함께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그들과 함께 혐한을 같이 일본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

반일에 페미니스트에 비건에 기지 반대라니,
이야, 최악의 요소는 다 갖췄네, 이 마녀는..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여성 차별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굴레에 여성이라는 굴레까지 씌여 더 냉혹한 죽음을 맞이한 김마야의 이야기에서 그녀의 최후는 비참했지만 그녀의 삶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는 것을 얘기한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소신 있었던 그녀의 페미니즘은 그녀의 말처럼 불굴의 투지였다.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소수자로서 그 권리와 인권을 되찾으려는 자세는 요즘 만연하고 있는 그것과는 달랐다. 그들은 같다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이란 불굴의 투지야.
아무리 지긋지긋한 꼴을 겪어도 꺾이지 않고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일어서는 의지.

어떤 반전도 허락되지 않는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속도.
최후의 발악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결말.

  작가가 그려내는 디스토피아에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가며 어느새 종착역에 다다른다. 한 없이 허무해져 버리는 마음속에는 우리가 겪고 있는 또는 행하고 있는 그러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처럼 갈등이 심하고 편을 가르고 서로에게 입에 담기 힘들 말들을 쏟아내는 때, 같이 읽어보고 느껴보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