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 (신경숙) - 문학과지성사

야곰야곰+책벌레 2026. 9. 2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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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작품. 지인 분이 책을 정리한다고 보내오신 사진 속에서 발견하곤 저에게 주십사 요청을 드렸다. 사실 어떤 내용인 건지 잘 몰랐다. 그저 제목만 뇌리에 남아 있을 뿐.

  첫 문장부터 오래된 문장의 흔적이 풍긴다. 요즘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은 것들. 묘사의 묘사의 묘사다. 마치 흐드러진 꽃밭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표현이 풍요롭다는 게 이런 걸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문장을 너무 오래 봐서일까. 묘사 속에 스토리를 뽑아내는 작업이 어렵다. 나 역시 문해력이 떨어진 건가. 꽃밭에서 헤매다 나온 나는 그래 꽃들이 예뻤어. 그 이상의 기억이 없다. 꽃만 보고 꽃밭은 보지 못한 느낌.

  개인적으로는 '풍금이 있던 자리'와 '저쪽 언덕'이 좋았다. 나머지는 머릿속에 흩어져 버려서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에 잘 남아 있지 않는다. 긴 묘사를 단숨에 읽어내지 못했던 게 더 큰 이유다. 기억의 파편을 이어 붙이기가 어려웠다. 나중에 다시 도전해봐야 할지도.

  묘사만으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그런 글을 오랜만에 만나서 어려웠던 것 같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도, 남은 것이라고는 남선이네 누룩이의 재미난 독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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