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느낌의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덤덤하면서도 먹먹하고 절제되어 있다. 최근의 소설들을 보면 유희적인 부분이 많고 스토리텔링에 힘을 많이 쏟는다면 이 작품은 끝까지 일관된 감정선을 유지해 준다. 굉장히 힘든 작업이라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었다.
이 작품의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과몰입하지 않게 해 둔다는 사실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종종 감정 과잉이 되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작가가 그어 놓은 감정선에 실려 따라가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끝까지 등장인물과의 선을 유지해 줬다.
입양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 더군다나 가난하던 시절의 입양은 더욱 그러했다. 어쩔 수 없음 안에는 변명이 되지 못하는 이유 또한 가득했으리라. 그런 감정선을 건드리는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며 지금의 우리에게 공감시키는 일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모든 선택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고 말하다는 듯한 작품이다. 선으로 행한 선택도 악이 될 수도 있고 순전히 악으로만 이뤄진 선택 또한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메시지가 아닐까. 입양이라는 거에 매우 중립적인 스텐스를 취한다. 미화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가락질만 할 수도 없는 그들의 사정의 그 복잡함은 어느 단어, 어떤 문장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름이 가지는 정체성을 따라가며 자신이 겪었을 아픔 더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악으로 버틴다는 말처럼 증오로 버텨낸 사람에게 선할 수도 있었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마음의 혼란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알아채기 힘든 감정들을 독자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작자가 극 중 화자를 통해서 끊임없이 거리감을 유지하고 덤덤함을 유지하려고 했는 이유. 그건 아무 모든 선택에 선함과 악함을 나누는 기준은 결국 당사자여서 그렇지 않았을까?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다르고 겪는 마음과 바라보는 마음은 또 다를 것이다. 인간의 의미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와 서로가 얽혀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것들로 정의됨을 작가는 보여줬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정의 내리지 않고 보여주기만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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