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받아 든 책. <잠비나이>라는 밴드?라는 생소한 그룹명에 국악과 밴드 사운드가 믹싱 되어 있다는 말에 <이날치> 정도로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읽을 때마다 이상했던 것이 록 페스티벌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상상으로 이미지가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를 켰다. 이 사람들 도대체 무슨 음악을 하는 걸까. 그들의 이미지는 마치 하나의 헤비메탈 밴드 같았다. 거문고와 해금이 이렇게까지 잘 어울릴 수 있구나. 해금의 강렬한 사운드는 마치 지옥의 모습까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비나이>의 해금 연주자 김보미 님의 에세이는 북하우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제목은 다르지만 그냥 사카모토 류이치가 떠올랐다. 그 사람이 쓸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원래 책도 종종 내기도 하니까). 음악을 하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제목이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글쓴이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하지만 역시 누구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 이야기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에세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지만 물 흘러가듯 읽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건 아주 마음에 들었거나 잘못 써여졌거나 원하지 않는 스토리 거나여서 일 것이다. 아주 흔하지 않게 마음에 든 글이 있고 대개는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다.
이 에세이도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다. <잠비나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하지만 나는 그들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한 사실도 모를 정도로 처음 보는 밴드이기 때문에 그저 차분히 읽을 수 있었다(사실 평창 올림픽 폐막식을 보지도 않았다).
국악 연주인이면서 대중 음악가이면서 때론 일반 일반인으로 쓰인 글은 그저 공감하며 읽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서태지에 푹 빠져 산 글쓴이를 보니 나와 연배가 비슷할 것 같다(한 두 살 정도 내가 더 많은 것 같지만..).
그녀의 삶이 어쨌든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에 대한 사유와 이해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 연습한다는 것에 또 한 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때론 풍경으로 때론 색으로 보인다는 그네들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있었다.
전통을 지키면서 트렌디함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퓨전이라는 이름하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그들의 음악은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국악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쌓여 올라가는 느낌이 있었다(취향은 아니지만). 내 것을 버리지 않고도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멋있긴 했다.
어쩌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은 이 그룹의 이야기를 책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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