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상 이후 서점들 베스트셀러에는 모두 그녀의 작품이 줄 세우기를 시작했다. 원래도 읽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은데 너나 할 것 없이 구매를 하고 있다. 물론 한강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도 연일 품절 중이기 때문이다. 연말 특수처럼 노벨상 특수는 일 년에 한 번 오는 큰 행사이기도 하다.
큰 상을 받았으니 그 내용에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양질의 작품인 것이 인정된다. 사람들은 마치 돈줄이라도 낼 것처럼 책을 구매한다. 평소에 독서량이 이렇게 적은데 과연 읽을까 싶기도 하지만 일에 치여 삶에 치여 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각오가 선 날이라는 각별한 의미도 있지 싶다. 나중에 중고로 쏟아질지도 모를 책들에게 미안한 일이 생기지 않을 뿐이다.
나도 한강 작가의 작품을 몇 권 더 추가해 뒀다. 단지 이 흥분이 가라앉으면 차분히 읽고 리뷰를 해볼까 싶다. 바람이 불 때 함께 노를 저어야 하는데 이 성질머리는 시끄러운 곳은 딱 질색이라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 열렬히 응원하던 가수가 히트를 하면 소원해지는 나는 천상 마이너리티 기질이다. (80%가 넘는 극 I이다)
계속되는 <로컬> 키워드 글 중에 이번 편이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서산을 담는 글을 적은 서진영 작가의 경험담이다. 로컬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어야 하고 스토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지방에 큰 건물을 짓고 놀이동산을 짓고 하는 것이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상에서 나오는 매력이어야지 지속 가능하다. 한 번 반짝하고 말 정책이라면 그저 돈 낭비가 되지 않을까. 자금도 필요하지만 관심이 더 필요한 로컬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한강이라는 파워를 가지고 출판계가 하는 얘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이며 어떻게 보면 피겨 스케이팅 불모지의 김연아며 골프의 박세리, 축구의 차범근, 야구의 박찬호 같은 느낌이다. 우리 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번역이었고 한국문학번역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포문은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며 강조하면서 지원금이 대폭 삭감되었다. 물론 출판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R&D의 예산 삭감으로 진행하던 연구가 많이 중단되었다. 출판계는 스타를 얻었으니 출판계의 요구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 대중의 관심도 조금 올랐으리라.
한강 그리고 노벨상이라는 흥분은 연말까지 계속될 듯 하지만 출판 그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리커버, 생각보다 허술한 작품들이 외면받는 요소가 되지는 않을까. 지식을 얻을 곳이 너무 많다. 즐거움을 느낄 곳은 더 많다.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독가들에게도 그저 일상이지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적다.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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