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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서의 태도 (데이먼 영) - 이비

야곰야곰+책벌레 2024. 10. 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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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에 대한 얘기는 많다. 관련 명언도 많다. 심지어 독서에 대한 책도 많다. 독서를 알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잘 읽고 있는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의 독서 이야기를 보기도 한다. 작가나 셀럽의 독서 방법을 참고해 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철학자의 독서 태도다.

  머리가 뱅글뱅글 도는 것이 철학자가 쓴 게 맞네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책은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한 해 6만 권 출판되던 책은 이제 8만 권이 출판된다고 한다. 그에 반해 성인 평균 독서량은 여섯 권에서 네 권으로 줄었다. 읽으려는 사람보다 쓰려는 사람이 많아진 듯하다. 아니다.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뭐든 파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 질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너무 어려운 책들도 많다. 독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듯한 건지 독자가 너무 함량 미달인지 애매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출판 시장은 저자와 독자가 존재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독서는 결국 저자의 자유와 독자의 자유의 만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단한 예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냥 호소인이 될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작가가 독자에게 설명해야 할 지경이라면 이 실패라고 했다. 작가의 손을 떠난 글은 독자의 것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독자의 호기심의 컬래버레이션. 그것이 어쩌면 독서라는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서가 좋다고 믿고 또 주장한다. 하지만 독서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책이 누군가의 기분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아도 타인에 대해 공감하거나 배려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책 속에 어떤 가치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경험을 '위한' 경험을 즐기는 그 이상의 것이 없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사색적인 지성이 살아나는 것일 수 있고 때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유희를 즐기는 일일 수도 있다. 독서는 그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어딘가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굳이 설명을 덧붙일 이유는 없다.

  진정한 호기심을 갖는 것에는 약간의 초조함이 따른다. 이것은 읽은 것을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확실해 보이는 문장 너머에 기다리는 새로운 '가능성'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기심은 인내를 자극하고 읽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도서관의 주인이 작가가 아닌 독자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하나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책은 무수한 상상을 파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쇼펜하우어 같이 독서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독서는 연약한 영혼들이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글을 진지하게 훑고 그 사상을 확장시킬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이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사색을 더 필요로 한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그에게 사색과 독서는 별개의 것인 듯하다. 니체의 경우도 아침의 활력을 독서에 낭비하는 것을 '악의적'이라고 까지 했다. 그는 예술적인 고독을 권장했다. 철학자들에게 독서는 사상의 족쇄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독자는 책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더 단단히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정의가 무너지는 경험을 받기도 한다. 이 점에 대해서 작가도 같은 위치에 서 있다. 자신의 침을 튀기며 옳다고 얘기했지만 어느새 사실이 아니게 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열어두고 사색하며 시야를 확장해야 하고 작가 또한 자신을 끊임없이 고쳐 나가야 한다. 

  독서에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 정도로 얘기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책을 시간을 두고 읽으면 달라 보이는 것이 나도 나의 삶도 변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어렵고 잘 읽히지 않는 것은 사색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고전만을 얘기하지 않고 셜록이나 스타트랙 같은 얘기까지 하는 것은 책이라는 것이 무겁도 딱딱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만화를 보고 요리를 시작하고 음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무엇을 읽는 것보다 무엇을 생각하게 되느냐가 독서의 참된 방향이며 그것 역시 독서라는 것보다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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