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인문 | 철학

행복의 기원 (서은국) - 21세기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4. 7. 21. 08:04
반응형

  행복이라는 말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실 행복이라는 것을 고민하지 않았을 때는 우리는 사실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었고 힘들다 그렇지 않다 정도만 나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행복이라는 말을 꺼내 들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행복이란 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누군가에는 큰 기쁨이고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것일 수 있다. 그것이 천성일 수도 있고 살아온 궤적일 수도 있다. 얼마 이상 가지면 그것으로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경험이다. 일등을 해본 사람은 이등에 쉽게 기뻐하지 못하고 서포터라이트를 받던 사람은 무관심을 견디지 못한다. 누가 봐도 행복해야 할 사람들이 행복해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고 있다.

  행복은 이처럼 측정 불가능한 개인적인 것인데도 인간들은 이것을 측정하려 한다. 숫자로 나타내면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행복지수와 같은 것으로 나타내고 싶은 듯하다. 행복은 개인적인 경험인데 계속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공동체에서 '넌 행복한 편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물질적인 추구를 하게 된다. 그것만이 수치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왜 필요할까? 행복이라는 건 삶의 목적이 아니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이 꼭 삶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부 행복한 사람들만 남아 있어야 한다. 생존에는 예민함, 긴장 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복이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필요하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쾌락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다. 행복이 모두 광범위한 것이겠지만 직설적으로 설명하려면 쾌락이라는 단어가 필요할 것 같다(수학에서 말하는 단순화 작업이랄까). 행복은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행동 기제다(더 나아가서는 밈이 만들어 낸 행동 기제). 번식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행복하다. 성관계, 사랑, 나눔 같은 것들이 그렇다. 기본적으로 유전자에 새겨진 것들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살아가며 배우게 된다.

  행복은 낙천적인 사람에게 쉽게 나타난다. 그들은 행복에 대한 문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방실방실 웃는 아이와 짜증 가득한 아이는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다. 방실방실 웃는 아이는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과 행복한 순간은 다르다. 행복은 변화량이기 때문이다. 짜증 가득한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다. 

  행복은 인간 생존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사라진다. 조금 나아진 나에게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이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머리에 꽃을 단 것과 다르지 않다. 행복은 바로 사라져 새로운 행복을 종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한 것이다. 강한 행복은 더 높은 문턱값만 만들 뿐이다.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너무 기쁠 것 같지만 당첨되면 그 순간 더 높은 강도의 변화가 필요하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집단, 관계주의 사회에서는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공동체에 기여하고 공동체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경우도 있어왔다. 그래서 계속해서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습성이 생겼다. 행복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든 것들에 명품을 가져다 붙인다. 내면이 공허해도 내어 보이는 것이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낸데..'

  경상도 사투리지만 좋아하는 말이다. '내가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뭐!' 잘못 사용하면 진상이 되지만 살아가는 데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내가 될 수 없기에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모두 의대로 쏠리는 인재들을 매년 만난다. 그것 또한 나의 행복을 남들의 인정에 넘긴 경우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행복했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대단한 성취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행복한 삶과 가치 있는 삶은 같지 않다. 부자가 되고 훌륭한 일을 하고 세계에 이름을 드날리는 것만이 행복한 삶은 아니다. 산속에 홀로 살아도 내가 나 같은 삶을 산다면 그것이 행복한 것이다. 이기적이 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해 주자.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더 가지자. 

 '내가 낸데, 니가 뭐!'

 해보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