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신분으로 태어나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에픽테토스.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았길래 수많은 이들의 스승이 되어 존경을 받았을까. 스토아 철학의 정수라고 하는데, 아직 스토아 철학을 파보진 않아서 이해할 순 없지만 책의 모든 문자를 하나로 뭉치면 결국 "바꿀 수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마라"가 된다.
손에 들고 다닐 만한 작은 것이라는 뜻의 "엥케이리디온"인 이 책은 포레스트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53개의 문장을 담아 가볍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작지만 알차다. 순식간에 후루룩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한 문장에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라는 듯한 메시지가 주요했다.
에픽테토스의 말은 우리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을 법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많은 인용이 된 문장들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하지 마라'라는 말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다. 그것은 개인의 영역에서든 사업의 영역에서든 두루 쓰인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운'의 영역인 것이다.
남의 행복과 불행에 왈가왈부하지 않으며 남의 시선과 평가에도 집착하지 마라고 한다. 집착은 곧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판단의 기준을 외부로 돌리면 우리는 결국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통제가 되지 않는 것에는 짜증과 조바심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러식 사고가 종종 보이는 걸로 봐서 아들러는 에픽테토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 그렇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내면의 기재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본능이든 이성이든 결국 자기 보호 기재가 동작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할지도 자신에게 달려 있음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보고 싶고 내가 되고 싶은 그런 것들은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신이 하기로 한 일은 세상과 상관없이 하면 된다. 물론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스스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면 세간의 시선이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문장은 실패에 관한 얘기였던 것 같다. 모든 인간은 과녁을 세울 때 맞추기 위해 세운다.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저 맞추겠다는 그 마음만 잘 간직하면 된다. 떨어진 화살을 주워 가슴에 찌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무엇을 안다고 떠드는 행위는 자랑할만한 것이 못된다. 양은 먹은 풀을 토해내 자기가 먹은 풀의 양을 확인받지 않는다. 충분히 소화시켜 양털과 젖으로 보답한다. 아는 것을 떠들어 대는 것보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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