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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Nexy 간단 소감 (2013.03.19)

야곰야곰+책벌레 2024. 7. 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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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터플라이만 알던 나에게 넥시는 그저 많은 브랜드 중에 하나였다. 사실 탁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버터플라이와 그 외 수준으로 용품에 문외한이었으니까. 그다음으로 '닛타쿠'라는 브랜드가 이름 때문에 마음에 들었고 스티가가 멋져 보이게 되었다. 넥시를 처음 알아본 것은 용품도 뭐도 아닌 엠블럼(?) 때문이었다.

  넥시 신발에 붙어 있는 이 앰블럼은 내가 <매직 더 게더링>이라는 카드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던 'Black Lotus'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카드의 가격은 실로 대단하다. 나도 가지고 싶었지만 구할 수도 없거니와 살 수도 없는 카드였다. 처음 딱 봤을 때 이런 카드의 대단함을 알지 못한다.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말이다. 그런 망상이 넥시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기본을 지키면서도 다양함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가진 브랜드로 내 맘대로 호감을 표시했다.

  오래된 형님은 나보다 먼저 넥시를 좋아했다. 형님은 '마인드'가 좋다라며 칭찬했다. 수많은 회사가 있고 수많은 제품이 있다. 그 속에 좋고 나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맞거나 그렇지 않은 것을 찾을 뿐이다.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형님은 선뜻 블레이드 하나를 보내줬다. 처음 만난 <칼릭스>는 꽤나 사나운 놈이었고 부드러운 러버가 아니고서야 이 녀석을 길들일 자신이 없었다.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나다. 탁구도 그렇다. 탁구가 잘될 때는 뭘 써도 좋다. 넥시와의 두 번째 만남은 내가 탁구가 너무 잘될 때 만났다. 우연히 만난 <카보드>의 첫 느낌은 '우와' 그 자체였다. 드라이브의 짜릿함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느낌이랄까. 러버는 공을 잡아주고 블레이드는 팡팡 신나게 공을 튕겨주는 느낌이었다. 엄청 시원하고 즐거운 드라이브를 할 수 있게 해 줬다.

  그 뒤로 <카보드 내놔라>를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고 결국 사고야 말았다. 안타깝게도 그땐 슬럼프였다. 뒷면에 붙인 <라잔트>가 너무 무거웠을까. 스윙 연습하고 손목의 시큰함을 느껴 가벼운 <아델리>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카>는 늘 눈여겨보든 용품이다. 윤홍균 선수가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부터 오스카 상이 그려진 그 헤드 프린팅이 너무 멋져서 가지고 싶었다(나중에 저작권 때문에 다른 이미지가 되었지만). 지인이 오스카를 가지고 있어서 빌려 쳐봤는데 먹먹하다. 먹먹해. 그런데 지인은 "이걸로 칠 때가 공이 젤 좋네요"라고 칭찬한다. 먹먹해서 답답해 죽겠는데 뭐가 좋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칼릭스 2>는 <카보드>에 비해 아무런 개성도 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제작을 하신 사장님은 이 블레이드를 강추했다. <칼릭스>와 <카보드> 어느 중간쯤에 있는 느낌인데 일단은 편안했다. 얇은 판임에도 잡진동이 적었고 손맛도 나쁘지 않았다. 그립의 빨간색도 마음에 들었다. 

  진짜 맛집은 인터넷으로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동네에서 유명한 집. 특히 동네 어른들이 다니는 집들이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저건 뭐지'하며 지나칠만한 집이다. 솔직히 유명 체인점의 맛은 기본 이상이고 친절하기도 하지만 늘 매뉴얼대로 만들어지는 그곳의 맛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무척 커졌지만 당시 넥시는 '동네 맛집'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집이었다. 맛도 좋고 단골도 꽤나 있었다. 소통을 하려 노력하는 사장님과 직원들이 있어 좋았다. 직접 만나 공도 섞어 보았지만 좋은 사람들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 잃어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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