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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전향 (2011.12.20)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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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탁구장에는 고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썰렁해졌다. 탁구 동호회가 해체되면서 각자 다른 구장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중에서도 1부 치시는 수비수 형님은 꽤 멋있었다. 정통적인 수비수는 아니었지만 꽤나 흥미로운 플레이를 하셨다. 전국을 누비는 열정 또한 멋졌다. 뚫리지 않는 수비와 현란한 트위들링이 그랬다. (트위들링은 타구라켓을 돌리는 기술이다. 앞면과 뒷면에 다른 성질의 러버를 붙였을 경우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앞과 뒤를 바꾸는 기술이다) 그런 그분마저 수비수의 한계를 얘기하셨고 수비수를 하더라도 꼭 공격 레슨을 받아라 하셨다.

여기저기에서 수비수에 대해 검색해 봤다. 그 당시엔 주세혁 선수도 뛰어났고 서효원 선수도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었기도 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선수는 바로 스웨덴의 파비안 아케스톰(Fabian Åkerström) 선수였다.

모범생 같이 생긴 이 선수의 용품은 모범생답지 않다. 뒷면에 롱핌플을 부착한 트위들링 전형 선수다. 이 선수만이 하고 이 선수만 할 수 있는 스타일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둬야 하는 전형은 모범생만 해낼 수 있다. 세상에 희소한 전형 바로 이런 것에 끌리는 거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그런 것이 있다. 나는 역시 마이너러티를 사랑한다.

기존 레슨은 그대로 받고 백핸드 커트만 따로 연습해 볼 생각이다. 기존 기술과 겹치지 않으니 헷갈리고 그러지 않겠지. (망구 내 생각..) 출근하며 트위들링 연습하고 탁구장에서 혼자 커트 연습 해봐야지. 근데 관장님 분위기 살벌하다. 

겨울이라 사람이 많이 오질 않아 혼자 연습하기 좋다. 그래도 파트너 찾지 못하는 분들이 계속 불러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하곤 있지만 재미 삼아 즐겁게 하고 있다. 거울을 보고 자세 연습을 하는데, 할수록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문득 볼박스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로봇 앞에 섰다. 로봇에서 볼이 날아오는 순간 뻘쭘해졌다. 엇.. 어디서 쳐야 하지... 마구 휘둘러 보지만 공은 대부분 손등에 맞는다. 드라이브와 다르게 훨씬 많이 기다려야 해서 타이밍이 어색하다. 스텐스도 어색하다.

바닥에 탁구공만 무수히 널려 있다.

그래서 이번엔 트위들링 연습을 했다. 라켓 자체를 돌리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서비스 후 라켓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플레이 중에 라켓을 돌리는 것이었다. 이건 공을 보고 즉흥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미 준비된 시스템에 의해 치고 돌리는 것이 하나의 작전인 것이다. 겪으면 겪을수록 깊이 있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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