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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2010.08)

야곰야곰+책벌레 2023. 8. 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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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1, 2년은 거의 동아리 생활이었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동아리 활동을 했다. 회원을 모집하는 동아리들 속에 유독 즐겁게 탁구를 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초등학교 때 탁구를 치던 기억이 났다. 매일 구보와 자세 연습의 연속이었던 동아리 생활은 낭만을 꿈꾸는 이들의 리스트에는 없었던 걸까? 동기들은 급속도로 줄어 열 명 남짓 남아 있었고 대부분의 기수는 그 정도였다.

  당시에는 펜홀더로 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도 펜홀더로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뤄진 OB와의 만남에서 세이크 핸드라고 불리는 소위 "양면채"를 만나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바로 세이크를 들고 치기 시작했다.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지만 매달 동아리로 배달되는 <월간 탁구>를 보며 혼자 연습했다. 그때 만난 선수가 바로 왕난 선수다. 그 뒤로 쭉 왕난 선수를 롤모델로 삼았다.

  2학년이 되던 해, 선수 출신 후배가 가입을 했다. 후배는 나의 폼이 정말 좋다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선배들과 트러블이 생기기 전까지 탁구는 꽤 즐거운 운동이었고 트러블이 생겼을 때에도 실력으로 눌러 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동네 탁구장을 찾았다. 학생이었던 당시에는 레슨비가 너무 비싸 돌아 나왔지만 그때 제대로 배웠다면 지금 훨씬 잘 치고 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에 회사에 탁구 붐이 일었다. 잘 치진 않지만 즐겁게들 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레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2주째가 되었다. 포핸드 자세는 관장님도 괜찮다고 하실 정도는 기초를 다져 놓은 자세는 세월이 흘러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작은 조언으로도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레슨의 대부분은 풋웍이다. 좁은 테이블에서 치는 탁구라 움직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탁구는 매우 스피디한 운동으로 인-플레이에 들어가면서부터 발은 쉬지 않고 뛰게 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풋웍이다. 그래서 항상 움직이며 치는 것을 연습하게 된 것이다. 제자리에서 뛰면서 포핸드 롱, 좌우 뛰면서 포핸드 롱, 쇼트 & 포핸드 롱, 쇼트 돌아서서 포핸드 롱 등등 15분의 레슨이지만 쉴 틈이 없어 끝나면 늘 기어서 나올 정도로 힘들다. 

  운동을 너무 쉬어서 그런 걸까?

  오늘도 레슨 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얼마 뒤 4부에서도 잘 치는 편에 속하는 회원님이 오랜만에 탁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비슷한 수준끼리 치는 편인데 다른 분들이 오지 않아 홀로 볼박스로 서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과장님은 그분에게 게임을 좀 해줘라고 얘기하는 듯했다.

  관장님의 추천으로 5점을 받고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무자비할 정도로 깨졌다. 5점은 6점이 되었다. 그래도 손도 대질 못할 것 같은 서비스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배운 것 말고는 하지 말라고 선배들에게 혼도 많이 나서 레슨 때 연습하지 않은 기술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 배우기 시작한 드라이브는 실수가 많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백핸드로 길게 빠르면서도 회전이 약한 서비스를 넣고 포핸드로 강하게 때리듯 스트로크를 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때론 포사이드로 짧은 무회전 서비스를 넣고 조금이라도 뜨면 달려가 스매싱을 했다. 6점이었던 핸디는 다시 5점이 되었다.

  마지막 게임에서는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서비스의 구질도 강해지고 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하셔 무참히 깨졌다. 봐주면서 쳤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즐거워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하수랑 치는 게 얼마나 재미없을지 알기에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연속 스매싱 뒤로 날아든 관장님의 '굿!'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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