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침부터 허벅지가 땅긴다. 그래서 오늘 레슨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을 했다. 그래도 탁구장은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니 참 못 말릴 노릇이다. 관장님에게 '레슨은 내일 할게요'라고 말하면 될 거란 생각으로 탁구장으로 향했다. 작은 탁구장이라 정해진 시간 없이 일주일에 세 번만 받으면 됐다. 관장님도 일 생기면 종종 연기하시기도 한다.
엘리베이터서 내리자마자 마주친 관장님께 인사를 건네니 "왔어요?" 하시면서 "레슨 매일 하면 힘드니 오늘 그냥 연습해"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너무 신나게 "네!"라고 해버렸다. 내가 해야 하는 말을 상대가 먼저 해줘서 그랬나 보다.
가볍게 몸을 푼 뒤 거울보고 자세 연습을 한 뒤에 볼박스를 해볼까 싶었는데 관장님이 쉬고 있는 어떤 여성분과 쳐보라고 하셨다. 라켓 구경을 시켜 달라 하고 앞뒤로 살펴보니 한쪽이 돌출러버였다. 나이 든 여성분들은 드라이브가 쉽지 않기에 돌출러버로 흔들고 평면러버로 스매싱하는 패턴을 많이 구사한다.
아무래도 처음 만난 롱핌플이다 보니 당황스럽다. 혼자 허둥대고 있으니 차분히 설명해 주신다. 이건 무회전 공을 치면 하회전이 걸리고 하회전을 치면 회전이 풀려요라고 하셨다. 사실 나도 탁구 카페에서 공부를 많이 한 편이어서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 단지 실전은 조금 다르다. 그래도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적응을 마쳤다.
내가 준 회전만큼 반대 회전이 되어 돌아오는 러버라서 드라이브 연습하기에 딱 좋다. 단지 드라이브 실수가 여전히 많은 나여서 랠리가 계속 끊겨 미안했다. 그래도 점점 좋아져서 좋은 운동으로 마무리한 것 같다. 예전에는 드라이브에 회전을 걸기 위해 강하게만 치려고 했는데 롱핌플과 치면 그것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가볍게 넘겨주는 드라이브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느꼈다.
새로운 패턴, 새로운 구질과의 연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시간 정도 쉬지 않고 쳤는데 체력이 더 이상 따라가 주지 않는다. 그런데 상대분은 여전히 팔팔하시다. 유산소 운동을 따로 더해야 하나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들었다.
롱핌플과 만나며 느낀 건 생각보다 공이 뻗어 나오지 않아 덤비면 실수한다는 것이었다. 여유를 가지고 정확하게 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탁구를 배울수록 실력이 올라갈수록 정확하게 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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